권익위, 지방의회 1년6개월치 업무추진비 점검
숙박 영수증 조작 등 허위청구·과지급 발견
관련자 징계·예산환수 요구…위반 사례 지방의회 전파
다수의 지방의회에서 부적절한 예산 사용과 행동강령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 이하 국민권익위)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28개 지방의회의 1년 6개월 치(144억원) '의정운영공통경비 및 의회운영업무추진비'(이하 업무추진경비)를 점검한 결과, 27개 의회가 약 25억원을 부당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3일 밝혔다.
부당 사용액 25억원 가운데 18억2000만원은 증빙자료 없이 집행된 식사비(총 1만3740건)였다.
천안시의회는 의원 교섭단체 활동 지원 명목으로 식사비 등에 예산을 사용하며 사용자·목적·집행 대상 등 구체적 내역도 없는 신청서 한 장만을 근거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100만원(총 285건)을, 남양주시의회는 의원들의 식사를 위해 관내 식당 6∼7곳과 장부 거래를 통해 월별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식사비 4800만원(총 1456건)을 부당 집행했다.
군산시의회와 원주시의회는 각각 외부 단체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의원들에게 개인 참가비를 지급했다.
수원시의회는 의원들끼리 친목 도모를 위해 볼링장을 이용하는 비용을 예산으로 충당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할 경우 상대방의 소속이나 주소·성명을 증빙 서류로 첨부해야 하는데, 16개 지방의회에서 이런 증빙 없이 집행된 사례는 2억5000만원(260건)에 달했다.
강원도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는 의회 송년회 개최 등을 이유로 웨딩홀 연회장 등에서 500∼600만원의 고가 식사비를 사용하고도 집행 대상 증빙자료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회의 불필요한 단체복 구입도 다수 확인됐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10개 지방의회는 지방의원들의 단체복 구매로만 1억6000만원을 썼다.
수원시의회는 2022~2023년 6차례에 걸쳐 단체복 명목으로만 6000만원을 사용했다. 경기도의회는 2022년 의정 연수 단체복으로 한 벌에 24만9000원짜리 등산복을 구매해 배포했다.
숙박비 등 국내 출장 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서울시의회 등 9개 지방의회 의원들이 타지로 견학을 가는 과정에서 동행 공무원들이 상한액을 초과한 숙박시설에 투숙했으면서도 상한 금액이 없는 지방의원 숙박비에 비용을 얹는 방식으로 영수증을 조작해 규정에 맞는 숙소를 이용한 것처럼 회계 처리(4300만원, 총 32건)한 것도 확인됐다.
5개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국내 연수에서 참가자의 숙박비·항공운임 등을 국내 여비가 아닌 의정 공통 운영경비로 부당사용하는 등 예산 집행 지침을 위반(1억9000만원, 총 31건)한 사실도 적발됐다.
권익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감독 기관에 이첩·송부하고, 위반 사례는 기관에 통보해 관련자 징계와 예산 환수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요 위반 사례를 각 지방의회에 전파하고, 이번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지방의회와도 주요 위반 사례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은 "최근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타 기관 대비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행동강령 이행 점검이 지방의회의 부패 관행을 척결해 국민 눈높이에 걸맞는 주민 대표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고질적·관행적 부패를 근절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