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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매수’ 관행 언제까지…AI 애널리스트에도 효과 ‘글쎄’


입력 2025.02.02 07:00 수정 2025.02.02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10대 증권사, 매도 단 1건…투자의견 쏠림 심화

불이익·비난 여파에 기업·투자자 간과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사들의 종목별 투자의견 리포트에서 ‘매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애널리스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매도·매수 의견이 여전히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KB·키움·신한투자·하나·메리츠·대신증권) 중 ‘매도’ 또는 ‘비중 축소’ 리포트를 낸 곳은 하나증권 단 1곳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년 동안 매도 리포트를 발간한 곳은 한화투자·유진투자·iM·신영·BNK투자증권 5곳에 불과하다. 하나증권을 비롯한 6곳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상장사는 고작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두 곳이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인 여파로 상장사의 약 76%(2724종목)가 연초보다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매수’를 고집한 셈이다. 같은 기간 메릴린치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 비중이 각 10%였던 점과 비교하면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은 더욱 부각된다.


앞서 금융당국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매도’ 리포트 활성화를 주문하고,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테스크포스(TF)를 일시적으로 운영했음에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한국투자·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AI 기술을 리포트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개입이 없어 ‘매수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관행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활용되는 AI 기술은 뉴스를 모니터링하거나 딥러닝을 통해 학습을 거친 뒤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기술이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을 제시할 뿐 직접적인 투자의견을 내놓진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능을 활용해 투자의견 리포트를 작성해도 회사 측에서 제공되는 자료이기에 검토 과정을 거친 뒤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방식”이라며 “투자의견은 애널리스트의 주관적인 판단이라 AI에게 맡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과 투자자 반응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기업설명회나 기업탐방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투자자로부터는 각종 비난과 항의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락세가 확실하게 예상되는 종목에 매도 의견을 제시해도 모든 비난과 책임은 결국 애널리스트에게 향한다”며 “기업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밤낮으로 공격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아 매도 리포트를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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