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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현 "정치인만 바뀌어선 정치 바뀔 수 없어…주권자 국민이 개입해야"


입력 2025.01.27 06:00 수정 2025.01.27 06:1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이정현 국민의힘 전 대표 데일리안 인터뷰

"유권자들, 선택 의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로 개헌 필요"

"국민이 국회 국정감사·조사할 수 있어야"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됐고, 국민들은 양쪽으로 분열돼 싸움을 거듭하면서 갈등의 정국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법원이 불허하고, 결국 전격적인 구속 기소로 이어지면서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 커져 정국은 대혼란으로 빠져들어가는 모양새다.


2016년 12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내려놨던 경험이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는 이번 사태의 충격이 박 전 대통령의 것보다 결코 적지 않다고 술회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 정권에서 탄생한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탄핵의 심판대에 올라가는 걸 지켜보면서, 실패한 대한민국의 정치를 되살리기 위해선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 개입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대혼돈 상황을 만들어낸건 정치인들이고, 정치인들이 이 같은 혼란을 부추긴 이유는 유권자, 즉 국민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전 대표가 꺼내든 해법은 승자독식 구조로 대표되는 대통령제를 타파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또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 시스템을 개편해 국민들에게 직접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당대표 경력까지 지니고 있는 만큼 이 전 대표는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이 '호남과 청년, 노동자'가 자신들을 지지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는 즉, '3포를 포기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수정당의 대표적인 험지인 전남 순천에서의 재선을 포함해 총 3선을 지낸 이정현 전 대표는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민정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에서 전략기획·정세분석·대변인실·여의도연구소 기획팀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순천·곡성 선거구에 출마해 보수정당 소속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 이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때 순천에서 재차 당선되며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호남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 직후인 2016년 7월 당권에 도전해 새누리당 당대표직에 올랐던 이 전 대표는 지속해서 호남에서 보수정당 편견 타파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이 전 대표 인터뷰 전문이다.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탄핵 정국으로 국가와 국민이 혼란을 겪으며 분열되는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정치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작금의 갈등과 대혼란의 발화점은 정치권이다. 정확한 진단을 해서 올바른 해법을 내야할텐데, 정치인들에게 셀프로 진단하라고 하면 '상대는 악마고 자기들은 지고지선하다'고만 할 것이다. 평행선이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개입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1000만인 개헌 청원운동 △양원제와 중대선거구제 선거법 개정 압박 △헌정 80년 총정리 △국회와 정당활동에 대한 국민 감시강화 외에도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자성운동 △가짜뉴스 양산 언론 절독 운동 같은 외부충격 없이는 정치권의 변화는 백년하청일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정치는 유통기한이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 이제 버리지 않으면 주변분야까지 썩는다."


Q. 정치가 바뀔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정치인만 바뀌어서는 정치가 바뀔 수 없다고 본다. 영국·미국·프랑스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게 시민에 의한 명예혁명이다. 헌법 1조에도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그 정신이 실행되지 않고 오로지 정치인들에 의해서만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건 절대적으로 국민들 의사와 관련없는 자기들의 정치, 권력의 향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하면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어떤 의정 활동, 어떤 정치를 했던 상관 없이 지역과 이념에 따라 선전·선동에 따라 선택을 받는게 관행처럼 흐르기 때문에 정치인만이 아니라 유권자들도 바뀌어서 자신의 선택의 의지를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한없이 끝도 없이 간다고 본다."


Q. 정치권 일각에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개헌이 필요하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잘 맞는 권력구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헌은 필요하고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익숙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중임제를 했으면 한다. 대신 대통령 권력을 총리와 국회에 분산하되 국회를 양원제로 했으면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여의도 집권당 행세를 하고 있으니 수용할 가능성이 낮지만,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가 자신은 다음번 총선 때까지 3년 반만 임기를 채우고 개헌한 뒤에 물러나겠다고 하면 유리한 선거국면을 이끌어가지 않을까 싶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들을 교정하고 철저한 권력분립과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국민헌법을 이번 기회에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국민의힘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2016년 12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내가 책임지겠다하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로 13번의 당대표 교체와 6번의 비대위 체제가 됐다는 보도를 봤다. 이건 첫째는 당이 계속 흔들리는 와중에도 제대로 된 대각성 운동이나 객관적인 외부에 의한 종합적인 진단 작업 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해왔다는 뜻이다. 항상 당 내부에서 스스로 분석하다보니 말하자면 벌레먹은 이파리만 따내는 정도에 그쳤을 뿐, 근본적인 혁신과 쇄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의힘의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는 당원 중에 한 사람일 뿐이고 한시적이다. 그런데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이 되는 순간, 그야말로 제왕적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이 된 걸로 착각을 한다. 자기 혼자만의 철학·선호도·의지대로 당을 주물러도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마치 당이 자기 소유인 것처럼 착각을 한다. 당내 민주화가 전혀 안되고 있다.


의원총회나 중진의원회의나, 전직 당대표를 포함한 당의 원로들의 모임 등 의견 수렴 방법이 수도 없이 많은데 항상 자기 생각이 당 생각이다. 이 당에는 '의논합시다'가 없다. 지금이라도 당에 딱 한 가지만 고치는데 한 가지면 된다. 공천을 미스트롯 방식으로 하면 된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금 당이 하는 밀실처럼 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에서 폐쇄적인 것만 덜어내도 정상화·현대화 될 수 있다."


Q. 국민의힘이 지역주의 타파와 외연 확장을 위해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의힘은 지난 8년 동안,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을 20여 차례 교체하고도 아직도 비대위 체제다.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두 번 연속 야당쪽에 동참하는 무리(黨)이기도 하다. 자정능력을 상실한만큼 외부에서의 종합진단이 시급하다. 자체적으로는 대각성운동이 절실하다. 근대화를 추진했던 공화당 시절의 목표와 행태와 조직과 인식을 벗어나 당의 현대화·정상화 작업이 우선이다.


국민의힘의 구태 중 하나는 호남과 청년과 노동자는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지레 포기한다는 것이다. 전국정당이 자신 없으면 집권도 해서는 안된다. 수도권까지 다 내주고 땅짚고 헤엄치는 선거구만 지키겠다는 패배주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특히 40세 미만 청년들에게 3분의1의 공천과 당직과 정책과 예산을 강제할당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3~7%p차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 호남 유권자 5%만 더 마음을 얻으면 거의 모든 선거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는 모습이 지금 국민의힘에 절실히 필요하다."


Q. 현재 국회의 시스템에서 개선돼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비법지법(非法之法), 즉 법이 아닌 것이 법으로 통용되는 공간이 국회 아닌가. 대통령이 높다란 황제석에 앉아서 국무위원들에게,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절하고 발언하라 하나? 아니다. 국회만 임금놀이를 한다. 법사위는 타 상임위가 심의한 법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배치되는 점은 없는지, 오탈자 부호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없는지만을 살피게 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숫제 상원 놀음을 하고 있다.


국회의 전반적인 인식과 행태와 관행은 마치 머슴이 주인을 사랑방으로 불러 호통치고, 희롱하고, 부려먹는 형국이다. 2028년 국회 개원 80주년에 맞춰 국민이 국회를 국정감사·국정조사하는 총정리의 기회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두 가지 개혁으로 바로 잡아질 수 없는 중병환자가 국회다."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최근 국가기관과 사법기관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근래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는데, 이번에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하고, 심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반 국민들 또한 사법에 대한 독립성과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법 정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하는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온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런데 더 평등한 동물도 있다'는 문구처럼, 지금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단 인상이 있다.


지난 몇 년동안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관련 사건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이미 뭔가 사법이 일반 국민들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거나 특별하게 대우,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는데, 그 부분이 이번에 대통령까지도 민주당과 다른 취급을 하더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신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결국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 사법부는 절대 독립기관이 아니고, 사법부가 절대 공정하지 못하고 독립적이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변질된다고 느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진정한 헌정질서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행정부도 국회도 아니고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에 대한 인식을 최우선할 수 있게 변모해야 한다."


Q. 현 정국을 이겨내기 위해서 지방의 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지방자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윤석열 정부의 지방자치는 실질적인 자치였다고 본다. 최근까지 계속돼 온 제왕적 중앙 경영 시스템을 진정한 지방 분권 형태로 전환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고 본다. 앞선 대통령들은 지방자치제를 도입해 실행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과 정부가 지방에 마치 은혜와 은전을 베풀 듯이 사업과 예산을 정치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치는 없없고, 중앙의 명령만 있어왔다.


이에 지자체들이 지역 특성을 발굴해서 지역 인재와 함께 특화시킬려고 하려 해도 기회 자체가 없었다. 즉, 총선과 지방선거 같은 전국 단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중앙의 정치적인 배려만 있었기 때문에, 자치라는 말은 허울 좋은 장식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 정부는 자치 계획권을 기회발전·교육발전·문화특구·도시융합특구로 나눠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지방에 넘겼고 그걸 중앙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바꿨다. 지방이 스스로 잠을 깨서 특화를 위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를 만든 것이다. 향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윤 정부의 이런 중앙 경영 시스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시스템은 꼭 계승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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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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