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기업 시총 순위 변화
롯데그룹 20위권 탈락 위기
삼성그룹이 지난해 국내 대기업그룹 시가총액 순위에서 1위를 지킨 가운데 시총 규모는 5년 만에 최소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이 조선 및 방산업 호황 효과로 순위가 급등했으나 3년 전 재계 10위였던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 속 20위권에서 탈락할 상황에 처했다.
29일 한국거래소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그룹사의 시총(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및 우선주 포함) 변화를 집계한 결과, 삼성그룹 시총은 지난해 말 기준 543조3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709조6920억원에 비해 23.44%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그룹 1위 자리는 여전히 확고했지만 시총 규모는 2019년 514조1120억원 이후 최소치로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주가가 32.23% 하락한 삼성전자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소외된 데다 범용 메모리 경쟁 심화 및 가격 하락, 파운드리 사업의 침체까지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SK그룹은 전년 대비 12.81% 증가한 202조7280억원으로 순위가 한 단계 뛰어오르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
HBM 경쟁력에서 독보적 우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주가가 22.90% 오른 덕분이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2차전지와 석유화학 사업에서 고전한 탓에 그룹 시총이 144조6460억원으로 23.88% 감소하며 3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현대차그룹은 0.90% 증가한 시총 141조6520억원으로 4위, 5위는 123.93%의 증가율로 시총 76조8400억원을 기록한 HD현대그룹이 차지했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과 조선업 호황으로 인해 전년도 10위에서 5계단이나 순위가 껑충 뛰었다.
이어 셀트리온그룹(43조610억원), 포스코그룹(42조5000억원), 한화그룹(41조4640억원), 카카오그룹(35조420억원), 네이버그룹(31조5130억원)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조선 및 우주항공 계열사의 강세에 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2021년 10위였던 롯데그룹(13조770억원)은 2022년 11위, 2023년 12위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 19위까지 순위가 급락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며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 뒤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롯데렌탈과 롯데백화점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에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