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5000이 채 되지 않는 ‘접경지역’인 화천군(강원특별자치도)은 인구감소로 인해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위기 속에도 최근 3주 사이 ‘2025 산천어축제’로만 186만 명을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로 20회째 맞이하는 이번 축제에서 최다 방문기록을 갈아치우며 ‘화천군=산천어축제’라는 이미지를 더 각인시켰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위기에 봉착한 최악의 환경에서도 화천군은 기록적인 수치의 방문객들을 불러들이며 향후 생활인구(관계인구)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산천어축제와 함께 화천군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은 파크골프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파크골프의 성지’로도 불리는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는 북한강 수변에 조성,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며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높은 만족도로 재방문율이 늘어나면서 3년여 누적 방문객은 15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만 화천 인구의 10배를 훌쩍 넘는 총 50만 명 이상이 이곳을 다녀갔다.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이다.
군내에만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구장이 3곳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최대 3000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대회 포함 4개(연간)의 전국대회도 치른다. 대회 개막 직전에는 적응훈련을 위해 모여든 동호인들로 북적거려 지역경제에 활력이 되고 있다.
4일부터 하남면 북한강변에 위치한 산천어 파크골프장 제1, 2구장과 화천생활체육공원 파크골프장에서 2025시즌 오픈 전국파크골프대회를 개최됐다. 올해 시즌 오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파크골프 동호인 1300여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화천군은 각각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조성, 운영 규모를 더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 산천어축제 등 지역 대표 관광자원과 연계해 스포츠관광마케팅을 더욱 정교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화천은 산천어축제뿐 아니라 파크골프의 중심지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파크골프가 새로운 지역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화천군이 파크골프로 지방소멸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타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천군의 파크골프 성공 사례를 보면서 타 지자체들도 앞다퉈 파크골프장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천군이 롤모델”이라며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을 직접 방문 뒤 건립 계획도 발표한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들의 절실한 자구책 중 하나지만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00홀 내외의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대부분 유휴하천부지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역 관광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에 활력 불어넣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낳을 적자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출직 단체장의 욕심과 지자체 간의 과잉 경쟁으로 파크골프장이 무분별하게 건립된다면, 자칫 수급 불균형 초래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혈세를 투여하고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지역민들이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큰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립으로 전국대회를 유치해 해당 장소를 명소화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대규모 시설 조성보다 생활 체육시설 성격의 다목적 경기장 조성이 경제적으로도 더 안정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즐길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