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4전5기 끝 '올해의 앨범' 수상
다양성 확보에 집중하는 그래미 어워즈
내년 시상식서 BTS·로제 등 수상 여부 관심
미국 팝스타 비욘세가 높게만 느껴지던 그래미 어워즈의 벽을 뛰어넘었다. 이 시상식의 최고 상으로 평가되는 ‘올해의 앨범’에 다섯 차례 후보에 오른 끝에 마침내 트로피를 손에 넣으면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이하 그래미 어워즈)에서 비욘세는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베스트 컨트리 앨범’(Best Country Album) ‘최우수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비욘세의 이번 그래미 수상은 의미가 크다. 1997년 데뷔한 그는 그래미 어워즈 역대 최다 후보 지명(99회), 역대 최다 수상(35회)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그래미 주요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에선 2010년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간 비욘세가 ‘화이트 그래미(그래미가 유색 인종을 푸대접한다는 조어)’의 대표 사례로 꼽혀온 이유다. 비욘세는 ‘화이트 그래미’로 불린 이 시상식에서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컨트리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최고 상을 수상한 셈이다.
비욘세 뿐만 아니라 올해 그래미 어워즈의 본상인 제너럴 필즈에서 흑인 아티스트의 선전에 돋보였다. 특히 래퍼 켄드릭 라마는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등 제너럴필즈 2개 부문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그래미가 변화하는 음악계 환경에 맞춰 다양성 확보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회장은 앞서 백인 위주의 보수적인 시상식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확실히 많은 장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한 인종, 장르의)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 위켄드(The Weeknd)의 무대는 이 같은 그래미 어워즈의 변화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을 외면한 그래미 조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이 시상식과 불화를 겪어온 그는 미국 힙합 뮤지션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와 함께 자신의 새 싱글 ‘크라이 포 미’(Cry For Me)와 ‘타임리스’(Timeless)를 깜짝 공연하며 이 시상식과 갈등 관계를 개선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업계에선 그래미가 포용과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보수적인 시상식’ 이미지 깨기에 나선 것을 두고, 세계 음악 시장 환경의 급변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간 케이팝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후보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2년째 후보 지명이 불발됐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올해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고, 빌보드 ‘핫100’에서 2주 연속 3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 ‘아파트’(APT.)도 내년 시상식에 후보 출품이 가능해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