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통일부, 강한 유감 표명 및 즉각 중단 촉구
"두 국가론 후속 조치"…남북관계 경색 국면 지속
북한이 급기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 우리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는 등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를 철저히 이어가고 있다. 선대를 부정하는 두 국가론을 정착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면서도, 남한과의 모든 연결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13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이며 우리 국유 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5년 8월 31일 착공 후 2008년 7월 완공됐다. 금강산에 남아있는 사실상 마지막 남측 시설이었으나 이번 철거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4월 건축과 장비 구입에 정부 예산 총 22억원이 투입된 소방서 시설이 철거됐고 이산가족 면회소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지도에서도 '두 국가론'을 반영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에 게재된 북한의 한반도 지도 '조선전도'에서 남한 지역은 회색으로 처리됐으며, 지역 이름은 '한국'이라고 적혔다. 그간 북한이 펴내는 조선전도는 남한의 행정구역까지 자세하게 표기했지만, 최근 지도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남북 관계를 단절하려는 행보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하노이 노딜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불신이 생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대가 이어오던 '통일'과 '민족' 중심의 통일 노선을 전환해버렸다. 지난 2023년 12월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와 지난해 1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통일노선의 전면 전환을 선언하고,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국가관계'라고 재정의한 것이다.
성기영 통일미래연구실 위원은 '김정은의 통일노선 전환: 역사적 배경과 의미' 주제의 이슈브리프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며 김정일 시대의 남북경협을 비판하고, 이듬해 대북전단을 문제삼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북한이 더이상 선대의 통일유훈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또 통일노선 전환을 앞두고 취해졌던 내부 단속용 조치였던 셈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계속해 두 국가론의 후속 조치를 적극 이어나가면서 남북 관계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 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두 국가론'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며 "남은 남측의 시설물을 마저 부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