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 그은 '개헌 요구' 일파만파
진성준 "내란 선동에 한가한 소리"
혁신당, 오픈프라이머리 재차 제안
박광온 "좋은 길이라 잴 이유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면하고 있는 '개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압박이 여야를 막론하고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막바지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함에 따라 '정치개혁' 등을 바라는 여론도 선명해지면서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당사자인 이 대표가 "내란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은 만큼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번 계엄 사태를 배경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이 대표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개헌에 대한 의지가 없는가'라는 패널의 질문에 "'내란극복에 집중할 때'가 당의 기본 방침"이라면서 "(개헌 이야기를 하면) 빨간 넥타이(국민의힘) 하신 분들이 좋아하게 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면과제는 내란종식'이라며 "검찰, 공수처, 헌재를 때려 부수자는 내란 선동이 난무하는 판에 개헌은 한가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고 두둔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2017년 대선 당시 사례를 들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합의하라고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압박했다"며 "그러나 국회 개헌특위는 개헌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국민투표를 위한 법정시한을 넘겼다"고 했다.
이어 "그러자 이번에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붙여야 한다고 또 주장했다"며 "그때가 아니면 87 체제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진 정책위의장은 "개헌에는 찬성하지만, 기본적으로 개헌은 국회의 일이라는 원칙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문재인 후보는 다른 정당과 후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대선이 끝나자 국회의 개헌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고, 여야는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회의 합의를 기다렸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했다"며 "그러나 대선 기간 내내 개헌을 공약하라고 윽박지르던 국민의힘 등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거부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개헌 압박이 2017년 대선 때와 꼭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며 "개헌에 찬성하지만, 지금은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는 이재명 대표에게 모두들 개헌을 윽박지른다"고 했다. 또 "민주헌정질서를 더욱 튼튼히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정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도, 이를 모두 뒷전에 미뤄놓고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만 말의 무성하다"며 "젯밥에만 관심이 많다"고 대변했다.
끝으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고 나면 곧바로 이어질 대선 국면에서 개헌 논의는 봇물처럼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며 "나라를 경영하고자 하는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비전과 구상을 헌법 개정안으로 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이 행할 공약과 토론 등의 경연 과정을 거치고 국민의 지지와 선택을 확인한 후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시점에 개헌을 공론화하면 '이슈 블랙홀'이 될 우려가 있고, 국민의힘의 '물타기' 공세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내란 진압이 이뤄진 후 대선 국면이 열리면 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다.
한편, 이날 대한민국 헌정회·민주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분권형 권력 구조 개헌 대토론회'에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무성·손학규 전 대표 등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하며 "혼란과 불행이 예상되는데도 개헌 없이 이대로 간다면 그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짓"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내전 상태의 이런 나라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지 않겠나"며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이 상황에서 5년 단임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내전'을 종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 1당인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대표를 직접 거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와 관련해 입장을 냈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우리가 87년 개헌하고 38년 됐는데 개헌을 못 했다. 사회가 굉장히 변화했는데 큰 대로를 뚫지 못했다는 건 지금 대한민국의 병리 현상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얘기"라며 1·2차 개헌을 나눠 순차적인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개헌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치 세력이 개헌에 동의해야 하고, 개헌 및 권력 구조 문제에 대해 양 정치 세력이 접근성 있는 해법을 들고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양쪽 사람들과 협의, 조율해가고 있는 중"이라며 "급한 것부터 먼저 하고 좀 더 논의할 부분은 나중에 해도 되니 양쪽이 개헌 문제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의 압박도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서 "지금 대통령이 다 됐다고 착각하는 이 대표를 여론으로 압박해야만 (개헌이) 성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현행 87년 헌법 체제에 문제가 많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 보면 여야 간 정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요원하다는 것은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분들은 다 느끼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도 그걸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정국의 난맥상도 대통령의 권한과 의회의 권한이 정면충돌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어떻게 견제와 균형으로 새롭게 만들 것이냐가 이번 헌법개정의 핵심"이라며 "저희 당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과 협의해서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발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코지모임공간 신촌점에서 열린 '2025 대학생 시국포럼 : 제1차 백문백답 토론회'에서 "87년 헌법 체제 이래 계엄이 없었나. 있었다. 탄핵이 없었나. 있었다"라며 "지금 이 시스템을 둔다면 상황이 더 잔인해지고 엄혹해질 것이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 이번에 리더가 되는 사람은 본인 임기 단축을 약속하고 거기에 맞춰서 선거하겠다는 희생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제안한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어느 후보에게도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며 대승적인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특정 계파 상관없이 당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이 100%로 직접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선출된 후보는 다수파 연합의 단일후보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보다 확실한 승리, 보다 큰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다수파 연합'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역동적인 오픈프라이머리가 전개된다면 범야권의 외연이 확장되고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서 어느 후보에게도 불리한 제도가 절대 아니다. 어느 후보도 수용 못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당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야권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 설명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이재명 흔들기 꼼수'라는 지적이 이는 데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흔들릴 정도의 상황이냐"고 반문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 구상은 야권의 선거연합을 통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반극우연대'로 더 크고 넓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야5당 원탁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전날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나란히 참석해 오픈프라이머리에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박광온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 오픈프라이머리로 더 큰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의 야권 연합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이 민주당에 좋은 길이라고 바라봤다.
박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상식대로 윤석열 대통령을 100% 파면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탄핵과 정권교체 이후까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 인용은 인용대로, 정권교체는 정권교체대로 준비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민주당은 민주 진보 진영의 울타리로, 빛의 광장의 민심을 하나로 모아 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혁신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놓고 이리저리 잴 이유가 없다. 민주당에 좋은 길이기 때문"이라며 "이 방안은 민주당을, 야권을, 국민을 통합하는 통 큰 방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쉬워 보이는 길의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며 "그 길이 정권교체로 가는 편한 길이 아닐 뿐 아니라, 정권교체 후 차기 정부를 어렵고 비탈진 길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일단 선 긋기에 나선 분위기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당헌·당규 개정 사항이라고 본다. 당원의 의사를 묻고 당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통합 경선을 수락하겠다고 하면 '선수가 경기 룰까지 정한다는 거냐'는 비판을 할 것이다. 차라리 그런 반응에 대해서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여러 후보들이 나와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의미가 있을 텐데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지, 또 실익이 과연 있을지 싶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