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韓게임 세계 무대서 뛰게 한다는 이재명…어떻게? [기자수첩-ICT]


입력 2025.03.20 07:00 수정 2025.03.20 10:31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현정부 게임 산업 억압하고 있다 비판하며

민주당이 나서서 진흥하겠다고 밝혔으나

게임특위 내세운 어젠다들 겉핡기에 그쳐

세액공제 등 업계 목소리 대변한 진흥책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이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게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매우 적습니다. 어쩌면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억압을 당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민주당이라도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서 하나의 산업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서 뛰놀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그는 소싯적 오락실 게임 ‘갤러그’를 문방구 사장님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 했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과시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게임사들의 매출 60%가 응집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했다는 과거 이력도 꺼내 왔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포문을 연 민주당 게임특위는 4대 과제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 ▲지속 가능한 e스포츠 생태계 조성 ▲등급 분류 제도 혁신 ▲게임&e스포츠 컨트롤타워 신설 등을 공유했다. 4개의 핵심 축을 기반으로 게임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진흥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행보를 얼핏 보면 게임 산업을 ‘억압’하고 있는 현정부와 달리 산업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것만 같다. 이 대표의 발언 역시 그가 게임 산업에 상당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특위가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와 게임물관리위원회 폐지를 통한 등급 분류 제도 혁신 모두 업계에 큰 화두인 것은 사실이다. 게이머들을 중독자로 낙인 찍을 가능성이 있는 질병코드 등재 저지와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후 관리에 주력하자는 것 모두 업계가 바라던 바다.


그런데 이 어젠다들, 나온 지가 벌써 수 년이 지났다.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이미 몇 년째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에서 산업계 이슈들을 우선 선점하는 데 그쳤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이슈들만 해결한다고 해서 현재의 게임 산업이 다시금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19 당시 황금기를 겪었던 게임 산업은 엔데믹 후 뼈아픈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됐다. 어떤 기업은 몇 조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어떤 기업은 적자에 허덕이며 직원을 자르고 가동하던 프로젝트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안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이 거세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엄청난 기술력을 갈고 닦은 중국은 이 대표 바람처럼 글로벌을 주무대로 뛰어 놀고 있다. 중국 신생 개발사 게임사이언스의 ‘오공’이 국내 게임업계에 안겨준 충격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그토록 진출하고 싶은 콘솔 플랫폼 시장에서 출시 나흘 만에 1000만장을 판매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모바일 게임만 잘 만든다고 얕봤던 게 무색한 성과다. 유사 타이틀이 넘쳐나는 탓에 악화되는 수익성과 파편화되는 게이머 취향은 게임사들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게임 산업 진흥.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할 지도 모른다. 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성공적인 신작에서 나온다. 성공적인 신작이 나오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게임사들이 신작 개발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으려면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례로, 넥슨의 서브 브랜드 개발조직 민트로켓이 2023년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넥슨이라는 든든한 뒷배 하에 개발에만 전념해 탄생한 결과다.


어떻게 게임 산업 진흥을 지원할 것인가. 결국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치가 바로 세액공제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영상 콘텐츠 등 다른 문화 산업처럼 제작 비용 관련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지난해 9월 세액공제 특례 대상에 게임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물론 이재명 대표로서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부자감세로 치부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게임 산업을 제대로 진흥시켜보겠다면 업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핵심은 쏙 뺀 채 한창 이슈가 되는 사안들만 선점하면 되는 걸까.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에도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하고 글로벌 게임 시장을 주도했던 국내 게임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선을 앞두고 2030 세대 공략 무기로만 활용되다가 흐지부지됐다.


그래도 어쨌든, 민주당에서 정치권 관심 밖인 게임 산업 진흥에 관심을 가져준 건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지원책에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어떻게’를 보강해 게임 산업이 재도약을 위한 새 변곡점을 맞을 수 있도록 일조해 주길 바란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