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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논란-중]설 자리 잃어가는 기업들, 해외로 눈 돌리나


입력 2017.07.26 07:52 수정 2017.07.26 07:54        이홍석 기자

법인세 낮은 국가로 본사 이전 활발...'자본유출' 우려 커져

미국·유럽 전 세계 각국 법인세 인하 러시...한국만 역행하나

저법인세율 국가로의 기업 이전 또는 이전 검토사례(예).ⓒ한국경제연구원 저법인세율 국가로의 기업 이전 또는 이전 검토사례(예).ⓒ한국경제연구원

<법인세 인상 논란-중>법인세 낮은 국가로 본사 이전 활발...'자본유출' 우려 커져
미국·유럽 전 세계 각국 법인세 인하 러시...한국만 역행하나


‘증세 없다’던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일자리 창출과 복지정책에 쏟아 부을 천문학적인 예산의 상당부분을 대기업들로부터 ‘짜내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합법적인 경로를 택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 필요 예산을 갹출하던 군부독재 시절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압박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세수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대기업은 화수분?…"퍼다 쓰면 남아나지 않을 것"
(중)설 자리 잃어가는 기업들, 해외로 눈 돌리나
(하)전문가 견해-법인세 인상, 중장기적 영향은?

스웨덴의 대표 가구 기업인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탄생했지만 현재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다. 이탈리아 명품 회사인 구찌도 본사를 네덜란드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시스코·나이키·스타벅스 등이 네덜란드에,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는 가운데 이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글과 야후 등 대표 IT기업들뿐만 아니라 대표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널드가 유럽 본사를 영국에서 스위스로 옮겼다.

글로벌 경쟁 체제, 본사도 실용주의 노선
출신 국가도, 업종도 다른 이들 기업들의 단 하나 공통점은 세금이다. 법인세 등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세금 부담에 견디다 못해 결국 기업의 본거지를 옮겼다는 점이다. 법인에 부과되는 법인세의 경우, 기업의 국적보다는 본사의 위치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면 이케아가 거둬들인 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스웨덴이 아닌 네덜란드 정부에 귀속되는 식이다.

이는 국가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대표기업을 해외에 내주는 '자본유출'인 셈이다. 미국을 비롯,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도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들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자산 해외 이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한편 기업들의 유출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 유출이 국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새로 출범함 문재인 정부가 최근 법인소득 2000억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법인세 명목최고세율 22%를 25%로 높이자는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상안 발표 이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난 속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인세 부담이 적은 국가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해도 이를 막을 명분이 있겠느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모두 기업환경 개선과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2000년 30.2%에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며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미국(35%)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는 세제개편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본사나 지역 헤드쿼터를 옮기는 의사 결정을 법인세 등 세금부담 한 가지 이유만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미 글로벌 경쟁 체제로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아야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꼭 본사를 출신 국가에 둘 필요는 더더욱 없어진 상황"이라며 세금부담이 기업들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세율 인상 주장의 오해와 진실.ⓒ전국경제인연합회 법인세 세율 인상 주장의 오해와 진실.ⓒ전국경제인연합회
법인세 인하 효과 이미 입증...꺼꾸로 가는 한국
전문가들은 이미 법인세율 인하 효과는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입증된 결과인 만큼 이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U 국가 중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은 영국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였지만 지난 2011년 이후 세율을 점차 인하해 현재는 20% 수준이다.

법인세율이 높을 당시에는 맥도널드, 구글, 야후 등 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유출이 이어졌지만 법인세율 인하 이후 에이온(보험)·CNH글로벌(농업 및 건축장비)·델피오토모티브(자동차부품)·엔스코·노블(이상 석유시추)·리버티글로벌(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업종의 미국 기업들이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2015년 기준 법인세율이 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스위스와 12.5%로 두 번째로 낮은 아일랜드에서 최저수준의 법인세율의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본사 이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캐나다(15%)도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본사 이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국가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한 실제 세 부담과 별도로 법인세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도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높은 법인세율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해외 기업들의 지역본부나 공장 등의 투자 유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 결정시 해당국가의 법인세 면제 및 인하 혜택을 다른 투자환경과 함께 주요 고려 요인으로 삼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려고 하는 시도도 세 부담 축소와 함께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미국을 떠난 자국 기업들을 다시 불러일으고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인상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유출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와도 직결된 문제"라면서 "자산 유출과 투자 유치 감소라는 양쪽을 모두 감안하면 법인세율 1% 인상이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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