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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패싱' 논란의 '품격과 배려' 패싱


입력 2019.05.22 06:00 수정 2019.05.22 07:11        이충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분향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분향하고 있다.ⓒ청와대

청와대는 '의전'을 중시한다. '대통령 행사의 반이 의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의전을 중시하는 이유는 형식이 내용 보다 더 큰 메시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참모들과 원탁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거나, 구내식당에서 줄 서서 식판에 직접 음식을 담아 먹는 모습이 소통과 소탈함으로 비친 것도 넓게 보면 의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5.18민주화운동 행사에서 문 대통령의 기념사 메시지 보다 '19초 침묵'이 화제가 된 것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대통령 행사에 치밀한 연출과 각본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김정숙 여사가 5.18행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악수를 피했다는 이른바 '악수패싱' 논란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매끄럽지 못했던 의전이다. 의도된 연출이었다면 제1야당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그사이 정치권은 본질을 외면하고 갑론을박 중이다. 외교행사였다면 결례에 따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상대가 야당 대표였기에 그나마 정치공방에 불과한(?) 상황이다.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도 '속 좁은' 정치권의 시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나서서 "악수를 못해 아쉬웠다면 그만일 것"이라고 했다. 의전‧행사 담당자의 '모범답안'은 "악수를 못해 의전이 매끄럽지 못했다"에 가깝다. 이래저래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의전실패이자 정무실패다.

의전을 뜻하는 영어 단어 protocol은 그리스어의 '맨 처음'을 뜻하는 proto와 '붙이다'라는 의미의 kollen이 합쳐진 단어다. 공증문서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문서 맨 앞장에 붙이는 용지를 뜻하던 것에서 현재의 뜻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본래 뜻에서 확장된 의전은 오늘날에 와서는 '격식을 갖춰 사람 사이도 서로 잘 붙이게 한다'는 의미로 진화됐다. 뒤집어 말하면 실수로 사람 사이를 떼놓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논란으로 패싱당한 건 '품격과 배려'가 아닐까.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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