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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하는 공천 피비린내"…통합당, PK 넘어 TK 덮치나


입력 2020.03.06 04:00 수정 2020.03.06 18:2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PK, 현역 네명 포함 대권주자 홍준표·김태호도 컷오프 탈락

TK 자진 불출마 거의 없어 공천 불만과 명분 미리 빼앗기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래통합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부산·울산·경남에서 공천 '피바람'이 불었다. 장고를 거듭하던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권주자 두 명을 포함해 현역 의원 네 명을 컷오프(공천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PK발 공천 '피바람'이 북상해 또다른 '텃밭' 대구·경북을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통합당에 번져가고 있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5일 부산·울산·경남(PK)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향 경남 거창·합천·함양·산청에서 출마를 고수하던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물론 공관위와 절충을 시도하며 경남 양산을 경선을 노리던 홍준표 전 대표마저 컷오프를 당했다.


현역 의원들도 대거 컷오프 대상이 됐다. 개헌특위위원장을 지낸 뒤 '6선 국회의장'을 정조준하던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충격의 컷오프를 당한데 이어, 이 부의장의 지역구인 경남 마산합포에 공천을 신청한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도 동반 컷오프를 당했다. 4선 김재경 의원과 현직 원내수석 김한표 의원도 컷오프됐다.


국회본청 미래통합당 대회의실에서 공천심사 업무를 진행하며 공천관리위원장실로는 원내수석부대표 집무실을 빌려쓰고 있던 김형오 위원장은 방으로 돌아가던 중 기자들에게 "내가 지금 김한표 원내수석의 방을 쓰고 있지 않느냐"며 "이게 참…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이 방이 김한표 수석이 내게 준 것인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남 양산을에서 홍준표 전 대표와 일전을 각오하던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홍 전 대표의 컷오프 사실이 발표된 직후 "권력이 무상함을, 정치가 비정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라며 "미래통합당 공천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고 전율했다.


이날 공천심사 발표에 앞서 PK에서는 이미 10명의 의원이 자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정갑윤·김정훈·유기준 의원이 4선 이상의 이른바 '중진'이며, 김세연·여상규·이진복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불출마 의원이 나와서 이미 인적 쇄신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데도, 장고를 거듭하던 공관위는 '대거 컷오프'를 선택했다. 이는 이튿날 있을 대구·경북 공천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이주영 부의장 등 PK 컷오프를 가리켜 "개인적으로 아주 잘 아는 가까운 사람으로 신뢰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며 "내 주변의 좋아하던 분들이 이번에 경선에 배제되고 탈락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K에서 추가적인 컷오프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진 불출마가 거의 없이 버티고 있는 대구·경북 의원들을 상대로 대거 컷오프를 결행하면서 공천 불만과 불복의 명분을 미리 빼앗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날의 PK 공천심사 발표를 가리켜 "여러분들도 예상 못하지 않았느냐"며 "이 때까지 먹은 욕은 새발의 피다. 내일 보면 알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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