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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발표했지만…'머나먼 다리'


입력 2020.04.23 06:00 수정 2020.04.22 22:15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김종인, 비대위 활동시한 정해두지 말 것 요구

당선자들, 최장 연말까지…이후엔 全大가 중론

현 최고위 결정권에도 의문…절차 지연 가능성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당의 진로에 대한 현역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인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의결했지만 실제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까지의 길은 험난해보인다. 비대위 전환 시도를 전후해 다양한 당내 의견이 분출될 수 있어, 총선 참패 이후 당의 수습과 안정은 '머나먼 다리'와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은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은 전날 당 소속 20대 국회의원과 21대 당선인들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수렴한 결과,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이 다수 의견이었다고 발표했다. 심 대행은 "'김종인 비대위'로 가도록 할 생각"이라며 "상임전국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다음 주초쯤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의 발표가 있었지만, 향후 비대위의 활동기간을 놓고서 통합당과 김종인 위원장 사이의 '밀당'이 이어지리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다음 주초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를 무난히 밟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기간과 관련해, 시한을 정해두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당규에 집착하다보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전당대회를 7~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통합당 당헌 부칙에서는 전당대회를 올해 8월 31일까지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얽매이지 않고 중장기적인 활동기간을 보장해줘야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비대위 활동기간과 관련해서는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 해줘야 한다"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21대 당선인들 사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하거나, 비대위를 수립하더라도 활동기간은 최대 연말까지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중진 당선인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당장 전당대회를 열면 총선 참패 직후에 당권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가 돼서 국민 보기에 좋지 않으므로 비대위를 통해 당을 안정시키는 기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비대위는 너무 길어지면 안되고, 연말에 종료한 뒤 내년 1월쯤에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3선 고지에 오른 또다른 통합당 당선인도 "총선에서 당선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석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지도부로 끌어올려 역할을 주고 경쟁시켜야 한다"며 "그러려면 방금 총선에서 패배한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대표는 바로 전당대회에 나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말쯤 운신할 수 있도록 그 때 전당대회를 열되, 그 사이에 비대위에서는 대권·당권 분리 규정을 철폐하고 집단지도체제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통합당 관계자는 "심재철 대행이 김종인 위원장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밀당'을 거쳐 타협점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활동기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시작되면, 도중에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지도부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 본인도 그 점을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뭔가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또 전당대회를 빨리 하자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생래적으로 가끔마다 발동을 한다"고 바라봤다.


당선자총회 없이 심재철 대행 중심의 현 최고위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해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힘을 얻으면 심 대행이 김 위원장과 비대위 전환에 관한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고, 비대위 출범 문제가 내달 8일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 총선 패배 직후 당선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돼 김희옥 전 법무차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던 정진석 의원이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총회를 개최해 새 원내대표(대표권한대행)를 선출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주권을 새로 받아안은 것은 103명의 당선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위기 탈출을 논의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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