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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윤석열·신현수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입력 2021.02.25 07:00 수정 2021.02.25 10:26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현수 사태 미봉 윤석열 퇴임까지 시한폭탄 멈춰 놓은 것

“공약 정책도 법 절차에 따라야”... 감사원장의 소신 든든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데일리안 DB

감사원장 최재형이 다른 사태들로 잠시 잊고 있던 사이 그의 뚝심과 소신이 건재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서 집권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공약 사항 이행 정부 정책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또다시 공격적인 질문을 하자 “공무원의 행정 행위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해야 된다”라고 거침없이 되받았다.


“감사원이 감사한 내용은 정책 수행의 목적 설정 자체를 본 것이 절대 아니다. 수행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켰느냐를 본 것이다.”


감사원장의 답변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집권당과 정부는 이런 감사원장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정권이 그나마 산으로 올라 가지 않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항해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라. ‘집 지키는 개’ 운운하며 주인에게 덤벼든다고 가당치 않게 성내지 말고 말이다.


최재형은 “대선에서 41% 지지를 얻은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 대다수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함으로써 민주당을 비롯한 친문 집권 세력으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전혀 굴하지 않고 산업부가 조직적으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그 증거 서류들을 야밤에 삭제하면서까지 폐쇄를 강행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 그 보고서를 검찰에 넘겨 당시 산업부장관 백운규 등을 수사하도록 했다.


최재형은 또 대통령 문재인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대책과 관련 “입양아를 바꿔준다든지”라고 하는 실언을 했을 때, 그 자신 두 아이를 입양해 가슴으로 키운 양아버지로서 “입양은 진열대에서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게 아니다”라고 한 과거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인품의 소유자다.


그는 올곧은 선비이면서 판사 출신으로서의 법치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권에서 눈 밖에 난 사람이다. 문재인의 인사(人事) 중에 소위 코드 인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난 고위 공직자들이 또 있다. 다 아는 대로 관계 장관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과 맞붙는 모습이 언론에 시끄럽게 중계된 검찰총장 윤석열과 청와대 민정수석 신현수다.


이 두 사람 역시 정권의 미움을 받으면서 정권을 산으로 못 가게 붙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법치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신현수는 짐을 다 쌌다가 무슨 회유를 받았는지 “거취를 대통령께 일임하겠다”는 공식 사표 철회 의사를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발표하면서 짐을 마지못해 풀었다.


대통령 비서는 입이 없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언론에서 그토록 난리 치게 된 사태의 주인공이라면 마이크 잡고 뭐 한 마디는 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입 있는 국민들은 말한다.


“청와대와 친문 패거리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그를 눌러 앉혔군. 보궐선거가 눈앞인 마당에 수석 한 사람이 장관과 대통령에 불만을 표시하며 청와대를 뛰쳐나가는 꼴을 보여줄 수는 없다 이거지?”


계산은 복잡하지 않다. 왜? 윤석열이 7월이면 떠나기 때문이다. 불과 5개월 지나면 끝인데, 일 시끄럽게 해서 보궐선거 망칠 일 있느냐고 해답을 얻었을 것이다. 신현수는 미봉(彌縫) 돼 억지로 돌아왔다. 이번에 보니 그는 검사 출신답게 할 말은 하고 들이받을 건 들이받는 비서 같지 않은 비서다.


그런 그가 왜 물러서게 됐는지는 미스터리지만, 청와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유리창 안처럼 훤히 비친다면 청와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대충 알 것도 같긴 하나 이 정도에서 모른 체하는 것이 구경꾼 백성들의 도리일 것이다.


신현수의 사표 철회를 다른 청와대 사람이 기자들에게 밝혔듯이 신현수가 복귀한 날 법무부장관 박범계가 발표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과정에도 제3자가 있었다. 휴가 간 신현수의 의견(윤석열의 의중을 전달한)을 들어 박범계에게 반영토록 했다는 것인데, 어찌 됐든 그가 일단 정권 폭주에 브레이크 거는 역할은 한 셈이다.


이 브레이크는 문재인 정권의 무법적 다수결 독재에 대해 처음으로, 그것도 청와대 내 비서에 의해서 밟아졌다는 데 작지 않은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5부(府) 요인인 감사원장과 나라의 최고 수사 기관이자 권력 기관을 지휘하는 검찰총장, 그리고 청와대 친인척과 사정기관 담당으로 가장 힘이 센 민정수석 세 사람이 천만다행으로 대통령에 맞서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신현수가 휴화산이라고 표현했다. 박범계는 얼버무리고, 윤석열은 말이 없고, 신현수도 말이 없는 수수께끼는 윤석열 퇴임 5개월 전이라는 시계를 봐야만 풀린다. 그때 가서 검찰 조직을 정권 마음대로 농단하는 인사도 할 수 있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마침내 없애 버리는 이른바 검찰개혁 완성도 마음 놓고 추진할 수 있으니 정권 강경파들이 이번엔 참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친문 강경파의 시계는 국방부 시계(군대에서 전역 날짜는 어김없이 온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처럼 자동이 아니다. 보궐선거라는 예정된 암초가 있고, 윤석열과 신현수도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휴화산이다.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 결과는 두 휴화산의 활동 시기와 강도에 직·간접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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