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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뷰②] 잠골버스 "쉰살에도 물세례 맞으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입력 2021.03.17 10:11 수정 2021.03.17 10: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지난 1월 '이별이 처음인 그대에게' 발표

송하예·박혜원·임한별 등과 협업

왼쪽부터 정일호, 정윤섭, 안준헌, 김용ⓒ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잠골버스는 안준헌(32)·정윤섭(32)·김용(33)·정일호(29)로 구성된 뮤직 크리에이터다. 2019년 6월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16만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194개의 콘텐츠를 업로드 했다. 보컬 안준헌, 정윤섭, 김용이 하모니를 이루고, 정일호는 곡을 쓰며 그들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잠골버스의 시작은 안준헌이었다. 혼자 잠골버란 채널을 운영하다 김용에게 촬영과 녹음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손을 잡았다. 이어 고음에 특화된 보컬과의 협업을 위해 물색하다 정윤섭을 만났다. 정윤섭과 정일호는 오늘의 분위기란 팀으로 활동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네 사람의 시너지가 구독자는 반응이 좋자 음악으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자는 마음을 모은 후 지금까지 달려왔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 콘텐츠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예를 들면 노래와 노래를 섞는다든지, 키를 랜덤으로 바꾸거나, 구간을 삭제, 무반주, 배속을 바꾸며 노래를 부르죠. 그러면서 실패한 친구에게는 벌칙을 가해요. 퀄리티 높은 노래를 들려드리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안준헌)


잠골버스는 지난해 1월 28일 '그때는 이 거리가 아름다웠다', 올해는 '이별이 처음인 그대에게'를 음원을 발표했다. 유튜버로 시작해 가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유튜버가 가수로 데뷔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케이스가 많이 없어요. 앨범을 내도 대중의 각양각색의 취향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먹방 크리에이터가 식품을 만들다든지, 헬스 유튜버가 닭가슴살 제품의 투자자가 되거나 모델이 된 사례는 있어도 요리연구가나, 닭가슴살 사업가, 운동 전문 트레이너처럼 보여지진 않잖아요. 음악 크리에이터가 가수로 온전히 보여지는 경우도 많이 없었어요. 잠골버스가 첫 번째 모델이 되고 싶어요."(안준헌)


"앞으로 잠골버스란 이름으로 계속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 솔로가 나오더라도 이름이 아닌 팀으로요. 봄에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 때는 이 거리가 아름다웠다'는 노래방 순위 37위까지 갔어요. '이별이 처음인 그대에게'는 음원차트 120위로 올라갔고요. 가능성을 봤어요. 올해 안에 앨범을 내서 차트인에 머물 수 있는 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김용)


이들은 V.O.S, 송하예, 이예준, 정동하, 먼데이키즈, 차가을, 황인욱, 김나영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했다. 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대결을 하는 콘텐츠다. 송하예와 함께 했던 '송하예-행복해, 남자키 커버 만족못하는 송하예님과 '3옥솔' 원키 이상으로 질러버리기'는 128만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잠골버스와 함께한 가수들의 협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작업을 했던 가수들이 또 다시 잠골버스와 함께한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인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연예인이 출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행동해요. 실제로 만나면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분들도 있는데 최대한 기분 좋게 촬영을 하려고 하죠. 즐거운 분위기에서 노래해야 좋은 효과가 날테니까요. 그런것 때문에 가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임해주시고 있고요. 이런 점 때문에 저희와 작업을 하시는게 아닐까 생각했어요."(정윤섭)


아찔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가수가 녹음을 마친 영상 파일이 삭제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잠골버스는 당시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라고 웃어보였다.


"이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거든요. 가수 선배님께서 시간을 어렵게 내서 노래를 불러주고 갔는데 파일이 날아가버려서 너무 난감했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더 당황했고 힘들었어요. 죄송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더라고요. 게다가 두 곡이나 녹음해주고 가셨거든요. 정말 고민하다 손편지를 쓰고 PDF파일로 만들어 메시지를 보냈어요. 문자도 전화도 못하겠더라고요. 다행히 그날 새벽에 다시 와서 녹음해주시고 위로까지 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안준헌)


잠골버스는 함께 있을 때 무서울게 없다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끈끈하 얽혀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다.


"목요일마다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파트가 겹쳐도, 내가 갑자기 노래를 안해도 실력있는 우리 팀원들이 충분히 메꿀 수 있다란 믿음으로 편하게 방송해요. 넷이 함께 할 땐 방송, 무대, 콘텐츠든 다 자신 있어요."(정윤섭)


"혼자 있으면 버겁고 성장이 느리다고 느끼는데, 네 명이 함께하니까 으쌰으쌰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요. 각자 아쉬운 면이 있겠지만 서로 배려를 하는 게 느껴져요. 그런걸 느낄 때마다 우리가 역시 팀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정일호)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면서 뿌듯한 순간도 존재한다. 잠골버스가 롤모델이라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책임감과 음악적 역량을 늘리는데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피부로 체감한다.


"댓글도 힘이 되고, 지나가다 알아봐주시는 것도 힘이 되지만, 한 번은 강의를 나간 자리에서 한 학생이 진지하게 '장래희망이 선생님입니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미안하면서도 보람된 순간이었어요."


"누군가를 보며 꿈을 키웠는데, 이제 다른 사람이 '저 형 보고 노래 시작했어요'라고 말해줄 때 기분이 좋았어요. 남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내가 누군가의 시작이란 이야기가 참 느낌이 남다르더라고요."(정윤섭)


김용에게 뿌듯한 순간은 만족한 결과물을 마주할 때, 정일호는 무대 위에 있을 때였다.


"저희끼리 음악을 하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까란 염려가 있었어요. 실제 우리의 음악이 프로들에게 통할까 싶었죠. 그런데 가수들과 함께 해보면서 우리 작업물들에 만족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잘하고 있구나', '틀리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김용)


"재작년에 콘서트 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시그니처인 트레이닝 복을 입고 다섯 곡 정도 불렀는데 우리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장면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얼른 코로나19가 완화돼 많은 분들 앞에서 설 수 있는 공연을 꾸미고 싶어요."


잠골버스의 청사진은 초심을 잃지 않고 유튜버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수직상승을 타는 유튜버가 되지 않아도 좋다. 단단히 오래 함께 하고 싶다. 잠골버스로서 달려가야 할 길과 각자 개인의 목표를 들어봤다.


"처음에는 유튜버를 하면서도, '난 잠깐 하는거야'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한 팀으로 흡소가 됐죠. 지금 석사 한 학기가 남아있는데 1년 째 못가고 있어요. 복학해서 졸업해야하는데 제것보다 팀이 우선이 되어버린거죠. 지금 이대로 계속 가고 싶어요."(안준헌)


"스무살 때부터 박진영, 윤종신, 유희열 선배님들처럼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고 싶었어요.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본인의 활동도 하시잖아요. 또 팀으로는 쉰살이 되어도 네 명이서 물세례 맞으면서 영상 찍고 싶네요. 하하."(김용)


"음원성적이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팀이 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요. 음원도 더 많이 발표해서 공연 두 시간을 채워도 남을 정도의 곡을 보유하고 싶네요."(정윤섭)


"제 포지션은 곡 쓰는 사람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팀의 목표는 그 음악이 잠골버스의 곡이었으면 좋겠습니다."(정일호)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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