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성격 탓에 콘텐츠 항상 고민
레페리 계약 후 내 편 생긴 느낌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유리숍(정유리)은 13만 구독자를 가진 뷰티 크리에이터다. '겟 레디 위드 미'(Get Ready with me), '팁'(TIP), '리뷰'(Review), '패션 룩북'(Fashion Lookbook), '삶의 질 상승템', '브이로그'(Vlog) 등의 주제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는 영상으로 메이크업, 일상 속 소소한 팁, 제품 추천까지 1020 여성 구독자들이 유용하게 볼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2019년 주변인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유튜버란 직업은 어느덧 진심이 됐다. 직장 생활을 하며 겸업했을 때는 촬영과 영상편집으로 2~3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재미있어 피곤한 지 몰랐다. 현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성적도 좋았고 교우 관계도 좋았다. 늘 '뭘 해도 될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기대에 부응하고 살았지만, 주변을 만족시키기 위해 언제나 긴장하고 지냈다. 자신을 높이 평가해주는 시선은 좋았지만 사람들의 실망을 사는 건 원치 않았다. 주변에 의해 연예인 제의도 받고 승무원 지망생, 비서 일도 해봤지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적은 없었다. 유튜버란 직업은 그가 처음으로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해낸다는 만족감이 그를 지금까지 유튜버로 있게 만들었다.
"돈과 명예를 떠나서 내 성격과 제일 맞는 직업이 뭘까를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교수님께서 저에게 '넌 어딜가나 이목이 집중되는 아인데 공부만 하기는 아쉬운 것 같다. 너에겐 특별한 무언가 있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화장품을 너무 좋아해서 아리따움 매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인데 제품 추천해주고 남들에게 설명해주는 걸 즐기고 있었거든요. 친구들도 화장품을 좋아하니 유튜버를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해줬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혼자 연습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해보니 나를 표현하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유튜버가 제게 맞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어요."
연습삼아 올리던 영상 덕분에 15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 씬님과 방송할 기회가 생겼다. 씬님은 1세대 뷰티 유튜버로 자라나는 새싹 유튜버였던 유리숍에게 많은 조언을 건넸다. 유리숍은 그 때의 조언을 여전히 이정표로 삼고 있었다.
"무조건 일주일에 영상 3개씩 올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제가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든지도 몰랐어요. 밤을 새서 영상을 찍고 만들고 일주일에 3개씩 올리니, 자연스럽게 구독자가 오르더라고요.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 레페리를 만나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레페리는(Leferi)는 2013년 설립돼 약 280여 명의 뷰티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업계 점유율 1위의 뷰티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그룹이다. 혼자서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던 유리숍은 레페리와 손을 잡으며 조금 더 체계적으로 채널을 키워나갔다.
"소속사가 생기니 내 편이 생긴 느낌입니다. 이 일은 가까이 있는 남자친구도 제 고충을 잘 모르거든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 만의 공감대가 따로 있잖아요. 저도 그들의 사회 생활을 잘 모르듯이 그들도 우리의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어요. 그런데 소속사 사람들은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힘든 점을 알고 있고 공감도 해줘요. 일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폭도 넓고요."
유리숍은 영상을 만드는 일 만큼은 완벽하려 한다. 트렌디함을 잡았는지, 이전의 영상과 겹치지 않았는지, 의상과 주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래도 만족하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
"제 영상을 보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잖아?', '하루 더 고민할 수 있었잖아?'라는 반성을 해요. 그래서 재촬영도 많이 하고요. 촬영하기 전에 연습도 많이 하고 카메라 위치나 말투까지도 주제 분위기에 맞게 변화를 주려고 해요."
그런 유리숍이 가장 애정하는 콘텐츠는 속에 있는 말을 꺼내며 구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영상이다.
"구독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저와 말을 하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영상에서 저 밖에 말을 안하지만 구독자들이 편안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구독자들이 저를 신뢰하고 있다고 다시 느껴요.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상을 보기보단, 그냥 제가 좋아서 봐주는 영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리숍은 2020년 9월 메이크업 브랜드 비디비치의 물막틴트를 소셜 마켓에서 1,2차 모두 완판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체 카테고리 TOP1위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단종 예정인 모델이었지만 유리숍의 추천으로 다시 재판되고 있다.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마켓 제품도 힘들게 정했어요. 처음에는 들어오는 제품들을 모두 거절했었어요. 판매로 직결되다보니까 정말 좋은 제품을 소개해줘야 하잖아요. 그러다가 물막틴트를 제가 써봤는데 정말 만족스럽더라고요. 결과가 이렇게 좋을지 상상도 못했어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고충도 있었다.
"조금 힘들다고 느낀 점은 혼자 가만히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무언갈 해야하는 점입니다. 유튜브 외 인스타그램, 오픈 카카오톡으로도 소통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아무것도 안올리면 구독자분들이 걱정하더라고요. 또 올리지 않으면 애정이 식었다고 생각할까봐 무언갈 계속 하고 있더라고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는데 그런 압박감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점마저도 알아주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제대로 쉴 수 없는 점도 가끔 힘이 든다.
"영상을 만들고 올리는 건 혼자만의 싸움이잖아요. 할당량을 제가 정해야 하고요. 계속 레이싱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직장인들을 출, 퇴근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저는 지금 쉬면 미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생각에 제대로 마음 놓고 쉴 수가 없어요."
보여주고 싶은게 많은 유리숍은 새로운 주제의 영상도 준비 중이다.
"친한 사람들을 바꿔주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영상을 고민하고 있고, 요리를 자주해서 취미도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또 장기적으로 혼자사는 20대 여자의 삶을 브이로그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유리숍은 유튜버를 어느 목표로 향한 디딤돌로 삼지는 않겠다고 한다. 처음으로 좋아서 한 직업을 소중히 여기며 오래도록 소통할 수 있는 유튜버가 되겠다고 밝혔다.
"계속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흘러가듯이 살고 싶어요. 혼자 생각이 많은 편이라 도대체 나란 사람에게 어떤 직업이 맞는지 지난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저만의 콘텐츠로 늘 그 자리에 있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