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낯선 이별'을 시작으로 꾸준히 신곡 발표
'까만안경' 커버 영상 147만뷰 기록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탑현월드의 탑현은 지난해 3월 유튜브에 채널을 오픈한 후, 1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모은 뮤직 크리에이터다. 신곡과 추억의 명곡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노래들을 커버하지만, 특히 잊혀진 곡을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부른 노래들이 인기를 많이 얻고 있다.
그의 감미로운 음색과 보컬 실력이 입소문이 나며 채널은 급성장했고 지난해 9월 '낯선 이별'을 시작으로 '다시 봄', 웹드라마 '오늘부터 스타뚜업!' OST '긴가 민가'를 발표했다. 윤일진 프로듀서와 만든 탑현월드는 나이를 먹고 현실과 타협하며 접어뒀던 가수의 꿈을 다시 이루게 해줬다.
"프로듀서이자 친구인 일진이가 저에게 곡 작업을 해보자 제안했던 게 지금의 탑현월드의 시발점이었어요. 노래가 나와도 친구들 말고는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우리가 직접 우리 노래를 들려줄 사람들을 늘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탑현의 트레이드 마크는 친숙한 방을 배경으로 옆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왜 옆모습일까.
"요즘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자기만의 확실한 캐릭터가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애초에 잡았던 콘셉트가 '감성'이었죠. 요즘 '인스타 감성'이란 말 많이 하잖아요. 노래도 중요하지만 내 목소리에 맞게 영상을 구성하고 배경을 꾸며보자 싶었죠. 그리고 정면보다는 옆모습이 조금 더 자신 있어서 옆을 보고 항상 노래를 하고 있어요."
일 년 전만 해도 탑현은 가수의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청춘이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하면서도 꿈만 보고 달려 나가기에는 나이와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유튜브 하기 전에는 제가 가수를 하기 많은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래 잘하는 어린 친구들도 많고요. 계속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유튜브를 하고 나니까 노래하는데 나이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지난해 자신의 이름으로 세 곡을 발표한 탑현은, 유튜브 구독자가 많다고 음원이 잘 되는 건 아니란 점을 깨달았다고.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사람이 들어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난해 공개한 곡들은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곡을 내면서 앞으로 조금 더 진중하게, 정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있는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튜브와 음원 발표를 통해 조금 더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졌어요. 이 부분은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아요. 처음 시작 했을 때와 지금 새로운 걸 마주할 때 조금씩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껴요."
그러나 확실히 커버곡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그가 지난달 커버한 이루의 '까만안경'은 무려 147만 뷰를 기록 중이다. 이 노래를 잘 몰랐던 1020들은 새로운 노래를 알게 됐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거 좋아했던 노래를 자신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마다 일을 하는 원동력을 느낀다.
"너무 감사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너무 감사하게도 많이 들어주셨더라고요. 이루의 '까만안경' 역주행에 일조를 했다고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신곡 위주로 하다가 요즘은 추억 속의 노래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데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제 구독자 중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에게 제가 학생 때 즐겨 들었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자신의 목소리로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고뇌와 피곤함이 사라진다. 구독자들의 화답은 이제 그가 노래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버렸다.
"제 채널 초창기 때부터 지켜봐주신 우주비란 구독자 분이 계세요. 그 분이 댓글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라고 댓글을 달아줬어요. 이 댓글을 보고 왜 사람들이 유튜브를 하고 노래를 하는지 알겠단 생각이 들었죠. DM으로 '위로가 됐다', '응원한다'는 말을 들으면 참 뿌듯해요."
스스로 생각하는 인기의 요인을 물었다. 부끄럽다고 말을 머뭇거렸지만 잠시 생각한 후 겸손의 말을 건넸다.
"제가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는 유튜브 시작하면서 들었어요. 스스로도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요. 제가 학생 때는 굵은 목소리의 소몰이 창법이 유행이었어요. 제 보컬은 그 성향에 비해 밋밋했죠. 이전부터 목소리가 좋다는 말은 들어서, 그걸 강점으로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실 지는 몰랐어요.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아요."
탑현은 이제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재미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으니 구독자들에게 기대를 당부하며, 유튜버와 가수란 직업 사이에서 선을 긋지 않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저는 노래로 가수와 유튜브 두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유튜버로 시작했다보니 아직 가수라고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구분 없이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수의 인식을 가져가는 건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 노래를 들어줄 사람을 차근차근 늘려가려고 해요. 짧게 반짝하는 유튜버보다 오래 오래 기억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