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K-드라마 전성시대다.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이 TV 드라마 부문에서 또다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우학’까지 3연타를 날리며 K-드라마에 대한 저력을 확인시킨 것이다. ‘지우학’은 가상 도시 효산시의 한 고등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자 살아남기 위해 좀비들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데스 게임을 다룬 ‘오징어 게임’과 판타지 스릴러물 ‘지옥’ 그리고 좀비물 ‘지우학’까지 K-콘텐츠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인기몰이를 해왔다. 더욱이 마니아층이 확실한 좀비물은 K-콘텐츠가 특화했다. 얼마 전까지 좀비물은 일부 마니아들이나 찾던 소재였지만 지금은 ‘부산행’과 ‘킹덤’같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주된 장르로 사용되고 있다.
좀비 장르인 ‘지우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신자유주의의 공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문학평론가 후지타 나오야는 ‘좀비 사회학’에서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좀비라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대신 경제 문제를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경쟁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기득권을 잃고 좀비처럼 될 수 있다는 암시가 투영돼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현대사회의 공포를 은유하는 대표적인 장르가 좀비물이다. ‘지우학’에서 코로나 19에 대한 은유가 좀비물로 나타났다. 친구와 가족이 하루아침에 좀비가 되어 나를 공격하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을 죽여야 한다. 코로나 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 되면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우리는 3년째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가 일상화되면서 좀비물이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사회를 담아냈다. 학교에서 학생은 사회의 시민과 같다. 그들이 생활하는 교실은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사회와 같다. ‘지우학’에는 성적 만능과 빈부격차, 왕따와 폭력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다. 인생에서 가장 꿈 많고 행복해야 하는 학창시절인데 이들은 좀비가 공격해대는 지옥에서 살고 있다. ‘지우학’은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우리사회를 반영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도 표출한다. 영화에서 아이들은 학교나 국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좀비떼에 희생해 가며 탈출에 성공한다. 생존자가 된 아이들은 ”어른들은 우리를 버렸다.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문제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잔인하고 폭력성이 짙은 좀비물을 선호하는 것이다. 좀비물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도 그들이 느끼는 분노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사회는 많은 부조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분노하고 또한 좌절한다. 이는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근접했지만,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좀비물 K-드라마 흥행의 명암을 함께 봐야 한다. ‘지우학’을 비롯한 좀비물은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지도는 높였지만 한편 우리사회에 내려진 짙은 그늘을 보여주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