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경단의 불안함, 극 중 재이 통해 표현
유지영 감독·한해인 배우 GV 참여
유지영 감독이 영화 'Birth'를 통해 연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삶의 균열 등을 세밀하게 풀어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동시에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10일 정오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영사실에서 영화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영화 수성못(감독의 첫 장편영화)가 20대인 저의 어떤 감정 상태를 대변했다면 이 (Birth) 영화는 제가 보냈던 30대의 어떤 한 시기에 대한 애도 과정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현장에서도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Birth'는 신작 출간을 앞둔 젊은 작가 재이와 보습 학원 영어 강사로 일하는 연인 건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동거생활을 하며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임신으로 두 사람의 삶에는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원하지 않았던 아이였기에 낙태를 바랬던 재이와 반대하던 건우는 급기야 마찰이 잦아진다. 재이는 임신과 출간 작업으로 갈수록 예민해지고 건우는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학원을 차리려고 한다.
유 감독은 현대사회에서 임신으로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여성의 불안함을 재이의 심리상태와 재이가 존경하는 교수님의 사망을 통해 표현한다.
그는 "영화는 제가 어떤 시기에 느꼈던 감정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큰 주제는 여성 예술가가 일상과 함께 글 쓰는 창작 작업도 같이 병행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주위에 많은 선배 영화 감독님들이 아이를 낳고 경력을 이어가기 어려워져 더 이상 영화를 찍지 않거나 예술 창작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고 현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왜 여성 감독, 여성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주부로서의 삶을 살면서 창작을 그만두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교수의) 죽음으로 상징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또 영화의 제목과 관련해 "Birth는 아이가 탄생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작가인 재이의 책이 탄생을 했다는 점도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GV에 함께 참석한 재이 역의 한해인 배우는 "재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윤리적으로 굉장히 납득이 안 가는 행동들이나 말들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크게 걱정하거나 신경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서 온전히 대본을 받아들이고 인물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며 연기의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재이의 면모가) 새로웠다. 제가 생각했던 재이보다 훨씬 강하다. 여기에 저도 위로를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Birth'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섹션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