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통보 4일 만에 입장 발표
출석 압박과 '좌표찍기' 역풍 등 영향
방식과 날짜 등 구체적 내용은 함구
與 "마실 나가듯 선택? 국민 납득 못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혐의와 관련해 뒤늦게 검찰의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2일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지 나흘 만이다. 그간 검찰 소환에 불응하려는 듯한 이 대표의 태도에 여론이 싸늘해진 데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간이 기자회견을 연 이 대표는 "이미 잘 아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됐던 사건이다.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변호사와 협의해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합의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직접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광주 현장 방문 등 일정을 이유로 검찰이 당초 통보한 28일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으로 할 것인지, 출석을 할지 검찰과 협의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 사무규칙에 의하더라도 조사할 때에는 조사 방식과 시기를 다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검찰이 이번에 전혀 안 한 것"이라고 검찰 탓을 했다.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이 대표 측이 입장을 다소 선회한 데에는 여론의 냉담한 반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국회 다수당 대표가 무력화하고 있다는 여권의 압박에 더해 민주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검찰의 정치공작을 비판하는 만큼 공세에 뒷걸음질 치지 말라"며 "생즉사 사즉생 각오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도 YTN에 출연해 "검찰 수사가 부당하고 형평성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사법절차가 정하고 있는 법적 절차는 따라주면서 부당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당 차원에서 수사 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것이 되려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이 대표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개인의 형사 문제를 모면해 보려고 공당을 동원해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이런다고 혐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사법 시스템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일단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서면조사 방식 등을 취할 경우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공직선거법상 위반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응하고 서면 조사를 택했는데, 검찰의 20쪽 분량의 질문에 단 5줄 답변을 내놓으면서 부실 논란이 일었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검찰의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소환 통보에 자진해서 나서는 것이 당당하게 임하는 것임을 모르느냐"며 "범죄 피의자가 동네 마실 나가듯 소환 조사 일정과 방식을 고르겠다는 태도를 국민들이 어찌 납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범죄 피의자가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법절차인데, 무슨 대단한 입장을 발표하듯이 임하겠다고 하는 게 어이가 없다"며 "지난번 때처럼 5줄 서면 답변 식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당 차원에서 사법절차를 방해한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