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의한 인권 유린 만연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인권보고서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탈북민이 직접 경험·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술했다. '탈북민 증언집' 성격을 띠는 만큼, 사실 검증이나 함의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4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데일리안은 파트별 주요 사례를 정리해 소개한다.
'임신 8개월 여성
중국 아이 임신했다고
분만유도제로 강제 출산
살아서 태어난 아기 살해'
북한 사회주의헌법(2019)은 검찰소와 재판소 임무 중 하나로 '인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북한은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다"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당사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임신 8개월 상태로 중국에서 강제송환돼 구금된 여성은 중국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기관원에 의해 분만유도제를 투여받고 아이를 낳았지만, 살아서 태어난 아기는 살해됐다고 한다.
지난 2011년에는 강제송환된 만삭 여성이 집결소(구류장) 구금 당시 수용실에서 아이를 출산했는데 중국 아이라는 이유로 집결소 소장이 살해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계호원(교도관)은 살아서 태어난 아기를 질식시켜 죽였다고 한다.
수집된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선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학실험 등의 생체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생체실험은 주로 '83호 병원' '83호 관리소'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는 환자이거나 지적장애인으로 생체실험에 대해 유효한 동의를 스스로 할 수 없는 이들이 실험대상자가 된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83호 수용에 앞서, 대상자 가족에게 수용 동의를 구한다고 한다. 보고서는 '동의해주지 않으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겠다는 안전원(경찰) 협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이 수집됐다고 전했다.
'韓영상물 시청
아편 사용 이유로
청소년 6명 총살'
북한에선 지난 2020년까지 매년 공개처형이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 약자로 꼽히는 청소년은 물론 임신부도 처형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원산시에선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 시청 및 아편 사용을 이유로 사형 선고 직후 총살됐다고 한다.
지난 2017년에는 임신 6개월 여성이 공개처형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여성이 집에서 춤추는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신분제나 다름없는 구조적 차별
뇌물로 일정 부분 극복 가능'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와 달리 모든 주민들이 '평등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신분제나 다름없는 '구조적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대장에 '성분'과 '계층'을 기재해 차별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한 출신 △탈북민 가족 △재일교포 등 귀국자 동포 △중국 연고자 등은 대학 진학, 취업 및 승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다만 뇌물을 제공할 경우 성분과 계층을 어느 정도 극복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증언자는 "북한에서 '계급적 토대'는 간부 등용 등에 매우 중요하다"며 "주민들은 자신의 문서가 대장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대에 의해 차별받은 사람들은 간혹 자신의 대장을 수정하기 위해 보안원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