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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중속(中速)성장’도 쉽지 않다


입력 2023.05.21 08:39 수정 2023.05.21 08:43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중국 부동산 산업 좀체 되살아날 기미 안보여

주택담보대출 감소하고 저축은 오히려 늘어나

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1% 밑돌아 ‘D 공포’도

수출도 예전만 못 하고 수입 감소세도 뚜렷해




부동산 시장 규제와 경제 성장세 둔화, 소비심리 부진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침체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중국 위안화 환율이 18일 상하이(上海)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위안 선(7.0113위안)을 돌파했다. 위안화 환율이 ‘포치’((破七·위안화 환율 달러당 7위안 돌파)한 것은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상승은 가치하락을 뜻한다.


지난해 3월 중순 6.31위안 선이던 위안화 환율은 고강도 방역정책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으로 경기가 하강하면서 지난해 11월 중순 7.24위안 선까지 올랐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간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를 타며 올 2월 초 6.71위안 선까지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서 중국의 경기침체가 확인되면서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부동산 산업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데다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고 저축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1%를 밑돌며 '디플레이션(D) 공포'마저 엄습하는 모양새다. 고속은커녕 중속성장도 만만찮아 보여 “바오쓰정우”(保四爭五·성장률 4% 유지하고 5% 돌파를 노린다)란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금융시보(金融時報) 등에 따르면 중국 70대 도시의 4월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4% 올랐다. 2월(0.3%)과 1월(0.1%) 각각 상승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긴 했지만 2021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 0.5%를 기록한 3월보다는 소폭 둔화했다.


소폭 상승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중소도시 등의 집값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하이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등이 포함된 4대 도시에선 신규 주택 1㎡당 집값이 59%나 뛴 반면, 성도(省都)급 도시와 소도시에선 각각 28%와 42% 곤두박질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4월 물가상승률이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6년 6월 10일 허베이성 바오딩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대파를 고르고 있다. ⓒ 신화/뉴시스

통상적으로 중국 노동절(5월1일) 닷새 연휴에 주택매매가 활발한 데도 올해는 아직 냉기가 돌고 있다. 중즈쿵구(中指控股·CIH)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40대 도시의 신규주택 매수건수는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보다 22%나 적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동산 부문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30%에 달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침체가 올해 중국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앞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추세라면 성장률 목표 달성에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신규가 아닌 기존 주택의 매매건수와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점도 악재다. 중국 내 15대 도시의 집값을 추적해온 중타이(中泰)증권에 따르면 5월 1∼4일 기존 주택의 매매건수는 4월 1∼4일과 비교할 때 44%나 급감했다. 2월에는 기존 주택 매매건수가 전달보다 61% 증가했지만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내 100대 도시 중 76개 도시에서 기존 주택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고 기존 주택가격 낙폭이 3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해 4월에는 그 폭이 커졌다. 주택재고도 급증하고 있다. 중즈쿵구는 중국에서 신규 주택이 완공 이후 매각까지 대략 17.4개월이 걸린다며 이런 침체 속에서는 주택매수자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고,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투자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대출은 줄어들고 저축은 증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신규 사회융자총량은 1조 2200억 위안(약 231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9079억 위안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로이터통신의 시장예상치(2조 위안)를 크게 밑돌았다.


포괄적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총량은 은행의 위안화와 외화대출, 보험권 대출, 회사채와 신주발행 등을 더한 것이다. 신규 사회융자총량은 지난해 12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올해 1분기 급증했다. 1~3월 각각 5조 9800억 위안, 3조 1600억 위안, 5조 3800억 위안 등 14조 5200억 위안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8조 3400억 위안)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5조 16억 위안)보다 월등히 많았다.


중국이 4월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중국 톈진의 한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은 1156억 위안이 줄었는데,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에 나타난 감소세다. 기업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중장기 대출도 6669억 위안으로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등하던 부동산 경기가 하강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저축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4월 말 기준 중국의 저축총액은 249조 5000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11.9%, 올 초보다는 5.7% 각각 늘어났다. 신규 대출은 줄고 저축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위기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저우하오(周浩) 궈타이쥔안(國泰君安)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오프닝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물가도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7개월 연속 하락했고, 장바구니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2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식재료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상하이 봉쇄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에 더해 내수침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폭등세를 보였던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4% 오르는 데 그치며 식료품 물가가 소폭(0.4%) 상승했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1분기 경제성장률 4.5%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내수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오프닝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자동차 판매가 13%, 스마트폰 판매가 11% 감소하는 등 고가 소비재 수요가 위축된 상태다. 장즈웨이(張智威)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의 부품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도 예전만 못하다. 중국의 4월 수출은 295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5%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이 전달보다 6.4% 감소했고 수출 증가율도 전달(14.8%)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 수입감소도 눈에 띈다. 4월 수입은 2052억 1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9.7% 감소했고, 1년 전에 비해서도 7.9% 줄어들었다.


지속되는 수입 감소는 지지부진한 중국 내수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브루스 팡 존스랑라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내수경기의 지속적인 부진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4월 경제지표도 밝지 않다. 소매판매는 3조 4910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18.4%, 산업생산은 5.6% 각각 늘었다. 소매판매 증가폭은 시장예상치(21.0%)보다 낮았고, 산업생산도 전망치(10.9%)에 못 미쳤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내수경기의 가늠자다.


이런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온다. 디플레 우려는 3월 CPI와 PPI가 발표 이후 제기됐다. 3월 CPI는 1년 전보다 0.7% 상승에 그쳐 2월(+1%)보다 떨어졌고, PPI도 2월 -1.4%에서 3월 -2.5%로 낙폭을 키우며 불안감이 커졌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4월 CPI는 1년 전보다 0.1% 올랐으나 전달보다 0.1% 내렸다. 같은 달 PPI도 3.6% 내려 전달(-2.5%)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중국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상하이시를 비롯해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허난(河南)·안후이(安徽)·구이저우(貴州)·산시(山西)성 등 7개 성·시에서 4월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준(準)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CPI와 PPI가 제자리이거나 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은 시중 유동성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씀씀이를 줄인 탓으로 내수가 GDP의 6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에는 부정적 신호다.


이 와중에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3월과 4월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각각 19.6%와 20.4%로 지난해 12월(16.7%), 1∼2월(18.1%)보다 대폭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에 불안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진 분위기다. 류위후이(劉煜輝)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실험실 주임이 중국경제가 디플레에 진입했다며 "경기후퇴 구간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3.0%라는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이래 1분기 4.5%로 회복됐지만, 인공지능(AI)·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포위망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경제 낙관론을 펴는 이는 많지 않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관계자들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디플레로 치닫고 있다고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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