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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반란’ 러 , ‘중재’로 봉합됐지만…푸틴 지도력에 큰 타격


입력 2023.06.25 15:08 수정 2023.06.25 15:09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벨라루스 중재로 합의…프리고진 "유혈 사태 피하려 철수"

군 수뇌부 처벌 요구 수용 여부 미공개…푸틴 리더십 타격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남부 사령부를 떠나면서 한 시민과 손을 맞잡으며 활짝 웃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아니에서 자국으로 총구를 돌린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을 중단했다. 내전 우려까지 나온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은 결국 ‘1일 천하’로 끝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그의 지도력과 통제력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늘 사건은 비극적이었다”며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고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너그룹 병사들에 대해서도 전선에서 용감히 싸운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의 말이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다는 보장”이라며 현재 프리고진의 위치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도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사들의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피를 흘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며 “어느 한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기지로 되돌린다"고 강조했다.


하루 1000㎞를 거침없이 돌격하던 프리고진과 용병들은 모스크바 코앞에서 정부 측과 협상을 타결해 철수를 결정했다. 프리고진에 따르면 반란군은 23일 행진을 시작해 24시간 만에 모스크바를 200km 남겨둔 지점까지 진격했다. 이에 모스크바 붉은 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이 폐쇄됐으며, 모스크바 시 당국은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중장비가 땅을 파헤쳐 도로를 끊는 모습도 포착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과 관련해 긴급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하지만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무장반란 사태는 전격적으로 해결됐다. 프리고진이 바그너그룹의 진격 중단을 결정한 데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과 합의 하에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했다”며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만 두 번 통화하며 협상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과 프리고진은 20여 년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오던 사이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도 협상 결과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다만 애초 바그너그룹이 요구한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합의 도출 후 바그너그룹은 점령 중이던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이 접수했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에서 승합차를 타고 떠났다.


바그너그룹은 이날 남부 로스토프나노두 군시설을 장악한 후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의 후방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며 군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진입했다. 이에 러시아는 프리고진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고 대테러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반란 초기 바그너그룹은 빠르게 진격했지만 대테러작전 체제 선포 이후 곳곳에서 교전이 일어났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도로를 파헤쳐 끊는 모습도 포착됐다.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을 하룻 만에 멈춰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년 통치 기간동안 가장 커다란 위협을 피하게 됐지만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바그너그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었던 만큼 그의 권력에 약점이 생겼다는 걸 보여줬다. 바그너 그룹은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접수한 후 불과 24시간 만에 모스크바 코앞까지 다다랐다. 만약 러시아 군이나 정보기관 중 어느 부대라도 프리고진 편에 서기로 했다면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완전한 통제력’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프리고진의 반란이 끝났더라도 러시아군 지휘관 사이에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프리고진의 반란이 무산되더라도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며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모든 것은 탈러시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폴란드의 안보에 좋은 징조”라고 밝혔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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