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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될 상, 떡상각 “우리 오늘 장사 안 해~” [OTT 내비게이션⑭]


입력 2024.03.09 14:23 수정 2024.03.09 14:2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개그맨 박은영·박현정+뮤지컬배우 류비, ‘19금 센스’ 코미디 채널 인기

‘떡상각’의 주역들. 왼쪽부터 박현정, 박은영, 류비 ⓒ 이하 채널 내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은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에게 묻는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흔히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고 하는데, 배우 이정재는 영화 속에서 끝내 왕(세조)이 되더니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대박 나고,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애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오징어게임’ 2편으로 한국시장의 수준을 넘어서는 글로벌 개런티를 받을 전망이다.


개인방송 채널이 다양하게 활성화된 현재, 그 숱하게 많은 것들 가운데 대중의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결국 차별성이 생존과 성공의 관건인데, 채널명부터 눈길을 끄는 인터넷방송이 있다.


7대 현수 이선민. 뭔지 모르겠는 새로움이 ‘떡상각’의 매력 ⓒ

‘떡상각’. 떡상, 주가 등 어떤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각, 무언가에 대한 확신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신조어 접미사. 스스로 우리 채널의 구독자 수와 조회 수, ‘좋아요’ 수치가 급상승할 거라고 확신하는 자신감이 채널명에서부터 읽힌다. 떡상을 ‘따놓은 당상’(정삼품 이상의 벼슬을 따 놓았다는 뜻으로, 으레 제 차지로 되게 마련인 것을 이르는 속담)인 양 출사표를 던질 만한가 클릭해 봤다.


어랏, 1월 4일에 문을 열어 이제 만 2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구독자 수가 벌써 2.2만 명이다. 조회 수 역시 최고 44만 회에서 최저가 7만에 이른다.


처음엔 순서대로 시청하지 않았다, 조회 수대로 클릭하지도 않았다.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서너 개 보다가 한두 개 보고 말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에피소드 0부터 9까지 차례로 다시 봤다.


‘떡상각’의 기본 설정을 쉽게 설명하면, 영화 ‘가루지기’의 코믹 유튜브 버전이다. 음양의 불일치로 아낙네들(할멈·윤여정 분, 달갱·김예원 분 등)이 주도권을 잡은 마을에 떡장수 강쇠(봉태규 분)가 돌아오듯. 기센 여인 셋(박은영, 박현정, 류비)이 실내포차를 운영하는데 매회 다른 ‘현수’들이 찾아온다. 주모 격의 그냥저냥 은영, 현정, 류비는 “우리 오늘 장사 안 해~” 장사는 일찌감치 작파하고, 손님으로 찾아온 현수를 찜 쪄 먹고 볶아 볶고 데쳐 먹는다. 안주 메뉴는 벽에 많이 붙어 있지만, 매번 ‘떡’볶이다.


1대 현수 임우일(왼쪽에서 세 번째)과 떡상각 3인방 ⓒ

현재까지는 남자 개그맨들이 등장한 동수 아닌 현수는 ‘떡상각’ 포차에 들어서는 순간 고난의 연속이다. 세 여인의 ‘들이댐’에 정신 똑바로 차려 매너를 유지해야 하고, 3대 1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코미디와 개그를 펼쳐야 하며, 다른 회차에 출연한 다른 ‘현수’와의 대결도 의식해야 한다.


섹시 콘셉트의 외형뿐 아니라 입담도 보통 야한 게 아닌 세 여인에게 홀딱 넘어갔다간 전국적으로 망신살 뻗친 호구가 되고, 점잖은 척만 했다간 그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불명예 ‘실력 없고 재미없는 개그맨’이 된다. 이번 회차에 온 현수는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지나간 현수들+앞으로 올 현수들, 수많은 동수 같은 현수들과의 개그대전도 치러야 한다.


수치로만 보면 세 여인의 ‘입덕 영상’이었던 에피소드 0 이후, 첫 번째 현수였던 임우일 출연 편이 44만 회를 기록하며 이후 찾아온 8명의 현수들을 앞서고 있다. 임우일은 당시, 무엇을 어디까지 해도 될지를 시험해 보는 ‘테스터’ 역할을 맛깔나게 함과 동시에 2명의 토크쇼(박은영, 류비)와 한 명의 꽁트(박현정)가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떡상각’의 나아갈 길을 밝혔다.


2위는, 8킬로그램을 감량하고 10~20대에게 인기 높다는 신윤승 편이 27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3위는 잡아 먹히기 전에 먼저 온몸을 던져 하체 개그를 펼친 남호연이 18만 회의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재미있는 건 어느 현수가 오나, 나대든 점잖든 성공했든 무명의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든 세 여인의 공격에 ‘열여덟’ 욕이 튀어나오고야 만다는 것이다.


3대 현수 신윤승. ‘떡상각’ 포차는 매번 다른 곳에서 열린다 ⓒ

SNL의 남녀 공수가 바뀐 듯한 ‘떡상각’. 일단 단기간 이룬 급상승 성과를 보면 성공이 확신되는 ‘성공각’ 채널이다. 성공의 열쇠는 물론 박은영, 박현정, 류비, 세 명의 그녀들에게 있다. 롱 슬립을 연상시키는 블랙 슬림 원피스에 하얀 겉옷을 걸치고, 금세 플라멩코라도 출 듯 열정의 스페인 여인처럼 머리를 틀어 올린 세 여인.


‘미모 담당’ 막내 류비는 예쁜 척만 하지 않고 거칠게 ‘팀의 에이스’ 박현정을 구박하고 빈정거리는 포지션을 차지게 소화한다. 활동명 현정, 배우급 연기력을 보유한 박현정은 개인채널을 통해 익히 선보여온 ‘무명배우’ ‘재벌여친’ 시리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목소리도 몸짓도 웃음도 가장 크게 열렬히 활약하는 동시에 류비의 공격을 재미나게 받아낸다.


설정을 넘어 진짜 싸우는 거 아닌가 싶게, 리얼하게 싸우는 동생들의 사이에 맏언니 박은영이 있다. 박은영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 KBS 공채 개그맨 이미지에 어울리게 토크쇼 진행자 역할을 균형감 있게 소화하는데. 거기까지면 아무리 ‘개그맨치고 예쁜 얼굴 아니고 그냥 예쁜 얼굴’이라고 해도 팀 공헌도가 떨어지는데, “젖은 게 거기까지만 일까”와 같은 ‘20금’ 발언을 태연한 표정에 고운 자태로 평범히 내뱉는 센스가 일품이다. “우리 오늘 장사 안 해~”의 달큰하게 매혹적인 목소리도 은영의 것이다.


19금 센스 넘치는 코미디 채널 ‘떡상각’ ⓒ

누구 하나 뺄 것 없이, 은영, 현정, 류비가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 웃음보따리를 묶었다 풀었다 굴렸다 멈췄다 하는 ‘떡상각’. 현재까지는 때로 선 넘지 않으나 꽤 야한 19금 꽁트가 되기도 하고, 근황 토크쇼가 되기도 하고, 막말 말맛 대잔치가 펼쳐지기도 하며 잘해 왔다.


당연히 어느 한 방향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출연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출연자마다의 특성을 극대로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맛과 색깔의 재미를 다량 방출하는 비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있다. 그것이 이미 ‘떡상’을 이뤄가고 있는, 일찌감치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채널의 책임감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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