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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 도전…수수료 인하 경쟁에 열 올리는 운용사들


입력 2024.04.03 08:00 수정 2024.04.03 08: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유사 상품 등장에 차이점 ‘흐릿’…총 보수 하향으로 승부수

점유율 지키는 과정서 수수료 수익은 감소…대형사 5곳↓

베끼기 관행에 악순환 반복…“바림직한 조치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30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자 유사한 투자 상품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상품간 차별화가 희미해진 탓에 자산운용사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들은 타 운용사와 유사한 상품 구조를 갖춘 ETF들의 총 보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ETF가 운용사 먹거리 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점유율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저가 수수료 전략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운용사간 저가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총 보수가 0.01% 수준까지 내려간 ETF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고배당S&P’ ETF다.


미국 배당주 ETF 상품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보다 낮은 수수료로 유사 상품을 내놓자 승부수를 걸기 위해 총 보수를 0.01%까지 낮췄다. 이처럼 총 보수가 0.01%일 경우 ETF로 100억원 어치를 팔아도 고작 100만원 가량의 수익만 얻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야기된다.


국내 운용사 투 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맞붙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19일 월 배당형 리츠 상품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연간 총 보수를 0.29%에서 0.08%로 대폭 인하했다.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이 비슷한 구조의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연 0.09%에 내놓으면서다.


이에 따라 다수 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운용자산(AUM)이 50조원 이상인 국내 운용사 8곳(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한·한화·키움·NH아문디) 중 5곳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1062억9044만원으로 전년도(1269억981만원) 대비 약 16.2%(206억1937만원) 감소한 수준이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10%가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은 12.3%(163억2518만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0.8%(86억4819만원) 줄었다. 이어 KB자산운용(4.8%·84억9392만원)과 NH아문디자산운용(1.4%·11억3176만원)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ETF 시장이 급성장하자 운용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거세진 결과로 풀이된다. ETF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인기 투자처로 등극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쟁이 유독 과열된 가운데 유사한 ETF가 잇달아 등장하고 후발주자로 출시된 상품이 인기를 얻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운용사들이 각 회사별 강점을 담은 상품을 출시해도 타 운용사가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베끼기 관행’이 만연해 결국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메리트를 부여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저가 수수료인 탓에 운용사들은 수익적인 부문에서 얻는 게 없어도 투심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면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수수료 경쟁에만 혈안이 된 상태”라며 “국내 ETF 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커지는 만큼 향후 더 바람직한 형태로 성장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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