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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空約)된 가상자산, 총선에선 공약(公約)돼야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4.09 07:00 수정 2024.04.09 10:57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선거철마다 반복…2년 전 대선 이후 공수표

‘보여 주기식’ 아닌 진지한 적극적 논의 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2년 전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700만명에 임박하는 코인러(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린 공약인 셈이다.


올 들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되고 국내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 안팎까지 오르며 연일 역대 최고 거래량을 경신하는 등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 관심이 확대되는 상황적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과세 시기를 늦추는 데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1월 1일 이후 적용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시행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화가 완료될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뿐 아니라 국내에서 전면 금지돼 있는 코인 발행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국내에선 금지된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과 상장·거래 등을 허용하고 가상자산 현물·선물 ETF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편입시킨다는 공약을 내놨다.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가상자산 매매 수익의 공제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내걸었다.


여야가 제시한 가상자산 정책의 핵심은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대부분 유사하다. 평소 정책안을 두고 정쟁을 벌이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된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한 목소리로 쏟아내는 상황이 다소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야가 내걸은 가상자산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당장 제도화 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비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당국의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인러를 겨냥한 공약은 매 선거철마다 등장했는 데 과거 사례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정치권에서 선거철에 내놓은 공약(公約)은 순식간에 공약(空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2년 전인 지난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당시 유행하던 가상자산 이슈들을 고려해 공약들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대부분의 공약은 ‘밈공약’으로 전락했다.


2017년부터 코인러들에게 요구돼 온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으며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투자자보호 관련 제도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한 것이 유일한 성과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제시된 정책들은 앞선 선거들에서 등장했던 안들과 큰 차이도 없어 이번에도 말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식 공약’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진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코인러들의 ‘또 속았다’ 한탄이 나오지 않기 위해선 선거 이후에도 진지한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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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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