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투입·포고령 발표 김용현이 주도
비상계엄 건의·기획·실행까지 도맡아
계엄사령관 맡았던 육군총장, 尹 담화
시점에 계엄 인지…"상황실 구축 집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말이 하나둘 드러나는 가운데 계엄을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핵심 역할을 맡은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충성심이 강한 후배 군인을 '허수아비'로 세워두고 사실상 계엄군 지휘권을 휘두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차관)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사실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가 공개되던 시점에 관련 사안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육군사관학교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던 박 총장은 국방부로 복귀했지만, 당시까지도 비상계엄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오후 10시경 김 전 장관에게 현안을 보고했고, 20여 분 뒤 지휘통제실에서 한 차례 더 김 전 장관을 대면했다. 동행자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총장은 계엄 선포를 인지한 시점이 오후 10시 23분경이라면서도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오후 10시 23분께 담화를 발표하기 시작해 오후 10시 29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만큼, 담화 발표 시점에 비상계엄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장관 주재로 전군 지휘관 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됐다며 해당 회의를 계기로 계엄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했다고 말했다.
김용현, 지휘관 회의서
"명령 불응 시 항명죄"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후속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항명죄를 거론하며 지휘관들의 복종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총장은 전군 지휘관 회의 당시 남긴 메모를 들추며 "(김 전 장관이)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되고,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한다고 했다. 합참차장을 계엄부사령관으로 (임명하고), 합참 계엄과가 계엄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님께서 책임지신다고 했다"며 자신은 상황실 구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이후 김 장관 지시에 따라 상황실 마련을 위해 소수 인원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해당 공간에는 "전화기도 없었다"고 한다.
박 총장이 상황실 구축에 매진하던 시점에 김 전 장관은 계엄군 국회 투입 등 병력 이동을 지시했다. 계엄사령관을 '패싱'한 것이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합참 계엄과장은 박 총장을 찾아와 권한 위임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상 민간인 신분인 장관은 계엄군을 지휘할 수 없는 만큼,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박 총장은 즉시 김 전 장관을 찾아가 "위임받은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위임받은 것이 맞다"고 답했다.
실제로 병력 투입은 김 전 장관이 지시했다는 게 김선호 직무대리의 설명이다.
박 총장은 군 병력 투입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병력 투입은 TV를 통해 인지했고, 중앙선관위에 대한 병력 전개는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양구군청에 대한 군경 투입에 대해서도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령
김용현이 전달한 초안에서
시간만 변경해 발표돼
박 총장이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계엄사 1호 포고령 역시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초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총장은 기본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포고령 초안을 계엄사령관 임명 10여 분 뒤에 건네받았다며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 몰라서 법무 검토를 해야될 것 같다고 했고, (김 전 장관이) 검토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총장은 4명가량과 상황실로 이동해 포고령 내용을 다시 검토했다며 "그분들도 군인으로선 전문가지만 계엄 상황에 약해서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을 선포하라는 대변인 전화 연락이 왔다"며 "사람이 없어서 제가 뛰어 올라갔다. 거기에 시간이 22시로 돼 있어 '시간이 안 맞습니다'라고 했다. 23시로 시간만 수정했다"고 말했다.
위법 소지가 뚜렷한 포고령이었지만, 박 총장은 김 전 장관 '말'만 믿고 포고령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꼴이 됐다.
박 총장은 "군인은 명령이 있으면 임무를 수행하는 게 기본"이라며 "명령에 의해 정상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포고령 발표에 앞서 법무 검토 여부 등을 김 장관에게 물었던 만큼, 절차상에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모든 책임" 강조했던 김용현
尹 면직 재가로 국방위 불참
'총알받이'된 육사 후배들
계엄 건의·기획·실행을 도맡으며 책임을 강조했던 김 전 장관은 전후 맥락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국방위 전체회의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당초 박 총장과 함께 국방위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국방위 개최 직전 윤 대통령의 면직 재가로 김선호 직무대리가 대신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육사 후배인 박 총장과 김 직무대리에게 '총알받이' 역할을 떠맡긴 채 옷을 벗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