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행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 충분하다"
내란·김건희 특검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
민주당 "'거부권 대행'이라도 될 작정인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한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하고, 국가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대행을 강력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최 권한대행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다. 최 권한대행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됐는데, 당시 이에 필요한 비용의 47.5%를 국가가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토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비용을 국비로 3년간 더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달 31일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이어 세 번째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가뜩이나 여야 사이가 경색된 가운데,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연이어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이다.
최 권한대행도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가 지혜를 모아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검토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거부권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최 권한대행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입법권 존중 차원에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은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삼권분립 위반 등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국익과 미래 대비에 반하는 경우, 재원 여건 등의 이유로 그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에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과 국익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해달라는 취지에서 재의를 요구한다"며 "첫째로 입법 과정에서 보다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의 경우 국고지원을 입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국회에서 충분한 정치적, 정책적 협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정부가 교육청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교육재정을 내실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권한대행은 "한정된 재원 여건 하에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자체 교육‧학예 사무는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72조3000억원을 교부할 계획"이라며 "이 재원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을 내실 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국가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 국민의 혈세를 아끼고 또 아껴가며 민생경제 회복에 재정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의 '거부권 대행'이라도 될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몰 연장이 종료되면, 무상교육 예산은 고스란히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데, 최근 2년간 세수 결손으로 교부되지 않은 15조원의 부담을 시도교육청이 그대로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가백년대계 교육까지 망가뜨리며 민생 지원 거부한 최 대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완성시킨 초중고 무상교육을 반드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