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작년 연간 매출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5.9% ↓
경영환경 악화·환율 변동·인센티브 증가에도 '비싼차'로 버텼다
올해 수익 개선 핵심은 '미국 시장'… 보편관세·IRA 주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은 5.9%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작년 4분기 원달러환율 변동에 따라 판매보증충당금에서 큰 폭의 부채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올해 수익성을 높이고 유지해야하는 숙제를 안게됐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보편관세, IRA 축소 및 폐지 등 변수가 확대된 가운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에 올해 수익을 베팅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당시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트럼프 정부에 따른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미국 생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년 대비 높은 실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실시하고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6조6237억원, 영업이익 2조8222억원, 당기순이익 2조47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7.2% 하락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2.3% 증가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수치보다 매출은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밑돈 것이다.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4분기 매출은 42조9283억원, 영업이익은 3조4244억원으로 전망한바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시장에선 2조7796억원을 예상했으나 10%가량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4분기 실적은 작년 연간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2024년 연간 매출액은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14조 2396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9% 하락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초 제시했던 가이던스에는 부합하지만, 시장 기대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받아 든 원인에는 4분기 크게 상승한 환율과 인센티브 증가가 꼽힌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1300원대였던 환율이 4분기 1400원대로 급상승하면서 판매보증충당금 부채가 약 7700억원을 기록했고,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등으로 인한 할인이 더해지면서 인센티브도 2000억원 가량 높아졌다. 이에따라 4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6.1% 수준에 머물렀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작년 4분기 1474원의 기말 환율로 인해 판매보증충당금에서 약 7000억원이 마이너스 됐고, 평균 인센티브 마이너스로 정년동분기 대비 5865억 감소한 2조8222억 영업이익과 6.1%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했다.
반면, 낮은 영업이익에도 하이브리드차와 제네시스 등 '비싼 차'를 중심으로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의 대체재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됐다. 작년 4분기 기준 현대차가 믹스개선으로 얻은 효과는 무려 1조7020억원이며, 작년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대비 3.1% 늘어난 497만대를 기록했다.
▲ "하이브리드, 올해도 믿는다"… 美 대응 '총력'
현대차는 올해 역시 하이브리드차와 SUV, 제네시스 등 고부가 차종 중심의 수익 확대를 노린다. 올해 역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작년 대비 더 많은 차를 팔고,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 부사장은 "전체물량은 417만4000대로, 올해 대비 1% 상승한, 마켓쉐어도 0.1% 상승하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글로벌 산업 수요는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물량에 있어 EV(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보면 EV가 올해 대비 34만6000대로 53.7% 증가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하이브리드는 49만7000대에서 64만7000대로 30.2% 증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환율은 1300원대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한 미국 시장에서의 변수에는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해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지시한 '전기차 의무화 폐기'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와, 당선 공약으로 내건 '보편 관세' 등 두 가지 변수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우선 IRA 법안 수정 또는 폐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빠르면 9월, 늦어도 올해까지는 보조금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법안 폐지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의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 부사장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고, IRA 전기차 보조금 등 부분을 축소하거나 없애겠다고 얘기하고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예상컨대 IRA 보조금을 폐지를 시키려면 의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금방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올해까지는 유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빠르면 9월부터 끝날수있다고 보고 있고, 그 기준으로 시나리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는 60%,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선 25%, 나머지 모든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의 '보편관세'에 대해서는 타격이 있더라도 미국 시장내 경쟁사 대비 유리할 것으로 봤다. 토요타, 혼다 등 경쟁사들이 미국 물량을 관세 부과율이 높은 멕시코, 캐나다 공장에서 충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차의 경우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깔아 유연하게 대응하면, 미국 전체 물량의 60% 가량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부족한 물량을 한국에서 수출한다 하더라도 멕시코, 캐나다 공장 대비 관세부과율이 적다.
이 부사장은 "보편관세가 부과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사업계획에 아직까지 반영을 하고 있지 않다.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시나리오별로 분석은 하고 있다. 언제부터 시행될 것이냐, 빠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 시나리오별로 계산 중"이라며 "명확하게 숫자를 말하기 어렵지만, 보편관세가 10% 붙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환율 효과가 어느정도 받침이 된다하면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말했다.
이어 "보편 관세는 우리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는 그래도 미국 내 공장이 있고, 미국 공장 생산 비중이 6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며 "반면 혼다나 토요타 같은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많이 갖고 있고, 거기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보편관세에 대한 부정적 효과 측면에서 본다고 하면 우리가 경쟁사 대비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글로벌 업체들과 맺은 협력도 미국 시장을 우선으로 이어간다. 현대차는 지난해 GM과 맺은 협력을 통해 미국에 현대차 전기 상용차 진출을 검토한다. 미국이 해외 픽업트럭 등 상용차를 들여올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그간 수출에서 가로막혔지만, GM의 로고를 붙여 판매할 경우 가능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려는 전기 상용차로는 ST1이 유력하다.
이 부사장은 "GM과 협력에서 집중하고 있는 건 양사의 공동구매를 먼저 바인딩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고, 조만간 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남미, 북미를 중심으로 아이템을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용 관련해서는 전기(EV)상용차를 GM에 리뱃징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저희입장에서는 그걸 통해 북미시장에 상용차가 진출할수있는 기회가 있는지,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