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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규택 "'당 입장만 대변하는' 정치인들에 협치 무너져…책임·협력의 정치 시급"


입력 2025.03.25 06:30 수정 2025.03.25 06:3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신스틸러'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타협 없는 정치'에 국민만 피해…양보·타협 필요"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 151석 적용은 위험한 결정"

"사법부, 이재명 재판 지연 말고 일관된 태도 보여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대법관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


지난해 5월 30일,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이후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와 당에서 맡은 역할이다. 전쟁터나 다름 없는 법사위 생활만으로도 국회 생활이 험난했을텐데, 곽 의원은 그야말로 이슈가 터진 모든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다. 곽 의원은 새로운 정치 역사의 장소에도 위치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한동훈·이재명)의 회담 자리에 배석한 것도 곽 의원이었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여당 의원 18인 중 한 명 역시 곽 의원이었다.


초선인 곽 의원에게 이토록 많은 역할이 주어진 건, 그에게 '믿을맨'이라는 별명이 붙어서다. 이 같은 별명은 단순히 다수의 역할을 맡아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을 맡겨도 똑 부러지는 논리와 언변으로 언제나 눈에 띄는 '신스틸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오죽하면 야당 법사위원 사이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여당 법사위원은 곽규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데일리안이 24일 의원회관에서 곽 의원을 만나 그토록 다채로웠던 1년에 가까운 국회에서의 시간을 보낸 소회를 묻자, 그의 대답에선 한숨부터 묻어나왔다. 곽 의원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무겁고 또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다"라며 "대화와 타협, 갈등 조정이 국회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직접 와 보니 대화·타협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의석 수에 맞춘 일방적인 강행 표결만 계속되는 것을 보고 충격적이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이 이런 발언을 꺼내는 덴 이유가 있다. 국회에 처음 입성해 법사위에 배정되자마자 곽 의원이 마주한 건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야당의 법사위원장 강탈이었다. 곽 의원은 관례를 무시하고 기어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앉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억울하면 다수당이 되지 그랬나"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고 소회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는 "가급적이면 타협해서 중간 정도의 안으로 합의한다든지 하는 게 선례였는데 그런 선례들이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과거엔 아무리 소수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통과시키지 않고 토론·대화를 계속해 왔다는데 22대 국회 들어 그런게 사라졌다"며 "다수당의 권한만을 생각할게 아니고, 다수당에 주어진 국민적인 책임감들을 고려해서 소수당의 의견도 듣고 양보하고 타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푸념섞인 회상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곽 의원은 자신이 앉은 법사위 그 자리에서 무려 29차례의 탄핵안이 강행 통과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곽 의원이 자리에서 지켜본 강행된 특검법안의 처리 횟수는 24번에 달했다. 심지어 곽 의원은 예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는 야권의 소위 '예산안 날치기'까지 지켜봐야 했다.


곽 의원은 "굉장히 중요하고 아주 예외적이어야 할 탄핵안이나 특검법들이 민주당 뜻대로만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걸 보고 '정말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 본연의 모습은 실종됐구나'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며 "결국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라는 생각 밖에 남지 않았다. 여야가 이견을 드러낼 순 있지만, 한쪽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 피해는 국민께 전가된다는 걸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절실히 느꼈다"고 토로했다.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정치, 즉 양극단의 정쟁에만 매몰된 정치를 만든 것은 '당의 입장만 대변하려는 정치인들' 때문이었다는 게 곽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개별·개인적으로 보면 각자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던 분들이 막상 회의장에 들어오면 개인 의견은 모조리 무시하고 당의 입장만 너무 내세우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22대 국회 상임위와 특위 운영은 거대 야당 중심의 일방적 강행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증인 선정, 의제 조율, 법안 상정 등 모든 주도권이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여야가 서로를 너무 정치적 대상으로만 보는 문제가 심각해져 가면서 협치가 무너졌다. 이젠 서로를 국민을 위한 파트너라 이해하고 적대적 정치를 벗어나 책임과 협력의 정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쟁으로 물든 정치권의 분열보다 곽 의원이 더 우려하는 건 국민들의 분열이었다. 검사 출신인 곽 의원은 특히 최근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사법부의 역할이 바로 잡혀야 분열을 막을 수 있단 의견을 제시했다.


곽 의원은 "검사로 15년, 변호사로 10년간 일을 했는데, 과거에 비해 사법부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이제 사법부나 수사기관들은 모든 절차 하나하나를 굉장히 신중히 명확한 법적 근거에 기초해서 진행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 봉합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기관은 특히 어느 사건에나 공통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표 재판은 한없이 피고인한테 끌려가며 시간만 계속해서 지연하는 반면 비상계엄 관련 수사나 재판은 절차를 무시하면서 신속하게 하려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며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는 국민들이 사법기관을 신뢰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만큼,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당시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배제 논란 등에서 발생한 절차적 아쉬움을 지적한 곽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기각 결정문에서 '국무위원 탄핵소추 가결 정족수인 151석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한 대목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결정문대로 본다면 민주당은 얼마든지 또 한 대행을 단독으로 탄핵해서 직무정지를 시킬 수가 있는 상황"이라며 "어찌보면 헌재가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회 독주의 문을 열어줬다는 분석도 가능한데, 이는 또 다른 정국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곽 의원은 바쁜 중앙정치 일정 와중에도 꼭 챙겨야 했던 지역 공약들을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역구인 부산 서구·동구는 소위 원도심이다. 이 원도심을 보다 집약적으로 재개발하면서 도시들이 부활한 사례를 따라 부산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철도지하화 사업과 항만재개발 사업과 같이 꼭 지금 추진해야 될 사업들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재원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철도지하화 일부개정법률안과, 내가 1호로 냈고 해운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해사법원을 설립할 수 있는 해사법원법을 22대 국회 내에 꼭 통과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1971년생인 곽 의원은 부산 혜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해 재학 도중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제25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육군 군법무관으로 임관해 중위로 전역한 곽 의원은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전주지방검찰정에서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이후 변호사 활동을 하다 지난 정치권에 입문했고, 지난 22대 총선에서 부산 서구·동구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57.95%(6만4884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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