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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햄릿’은 어떨까…AI와 인간의 협업 꾀하는 공연계


입력 2025.04.07 11:18 수정 2025.04.07 11: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연계에서는 최근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AI에게 맡겨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거나, 인간 안무가의 영감을 바탕으로 AI가 독창적인 움직임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AI가 창작한 시를 토대로 인간이 연극을 구성하여 무대에 올리는 등 다채로운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이모셔널씨어터

이는 AI가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때로는 협력자로서, 때로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극장이 오는 5월 무대에 올리는 ‘보이스 오브 햄릿’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AI와 인간의 ‘공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극작과 작곡에 AI 기술을 도입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AI는 방대한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 연구 자료, 다양한 음악적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하여 ‘햄릿’의 대본과 음악의 기초적인 구조를 생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제작진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는 식이다. 인간 창작진으론 뮤지컬 ‘데스노트’의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예술감독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김성수가 편곡을 담당하고, 뮤지컬 ‘스모크’의 박한근 연출도 창작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이 완성된 ‘햄릿’은 강렬한 록 음악을 기반에 둔 콘서트 형식의 1인극으로 관객을 만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 햄릿이 자신의 성찰과 고뇌를 대사와 노래로 관객에게 직접 들려준다는 설정이다. 출연진으로는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이 나선다.


AI의 결과물은 그 자체로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데 탁월하지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정의 이해,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 그리고 예술적인 직관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햄릿’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AI가 제공한 기본적인 틀 위에 인간 작가와 작곡가는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극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대본을 수정하고 음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AI와 인간의 협업은 그동안 예술계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AI가 인간 예술가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AI를 인간의 경쟁자가 아닌, 창의적인 협력자로 받아들임으로써, AI가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 AI와 인간이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모색하는 예술계의 의지를 보여준다. AI를 예술 창작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간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연 관계자는 “AI 기술의 발전과 인간과의 공생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방대한 예술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만듦으로써 더욱 폭넓은 관객측을 확보할 수도 있다”면서 “물론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 문제, AI 활용으로 인한 예술의 획일화나 창의성 저하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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