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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도정 첫해 투자유치 '괄목'…'기회의 경기' 슬로건 구현은 과제 [도정점검-지방선거 1주년 ③]


입력 2023.05.27 08:00 수정 2023.05.27 08:1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선거 기간 스스로 "34년 나라살림

책임졌던 일꾼" 자처했던대로…

'미일 출장' 종횡무진하며 반도체

관련 유수 업체서 10조 투자 유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치러졌던 6·1 지방선거에서 새벽녘까지 가는 개표 끝에 불과 0.15%p, 8913표 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1400만 경기도정을 이끌게 됐다.


지방선거 유세 당시 "34년 국정운영을 담당하면서 나라 살림을 책임졌고, 경제운영을 총괄하면서 성과를 냈던 나 김동연 같은 일꾼"이라고 스스로 자처했듯이 경제관료 출신 김 지사의 지난 1년 경기도정 최대 성과는 투자 유치를 통한 경기도의 경제영토 확장이 손꼽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취임 10개월 정도 됐는데, 외자유치를 거의 10조 원 정도 했다"며 "원래 임기 중 외자유치 계획을 20조 원으로 잡았는데, 이미 절반 가까이 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말대로 김 지사 임기 첫해 해외투자 유치 성과가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지사 취임 이후 첫 경제 분야 현장 행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반도체를 향한 김 지사의 애정과 관심이 각별한데,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ESR 켄달스퀘어는 글로벌 물류부동산 투자사인 ESR의 합작사인데, 경기도에 3조 원을 투자해 탄소저감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린데는 150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크립톤·제논 등 반도체 관련 희귀가스를 이곳에서 직접 생산해 국내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복안인데, 현실화할 경우 지금은 린데 해외법인에서 수입하던 가스의 절반 정도를 국내 생산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일본 출장에서는 세계 최정상 반도체 진공 장비 기술을 보유한 알박(アルバック)의 이와시타 세츠오(岩下節生) 대표이사를 만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알박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박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연구를 위해 향후 5년간 133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 연구소를 설치한다.


이외에 2차전지 전문 벤처기업 그리너지가 1000억 원을 투자해 여주에 차세대 2차전지 설비시설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로부터는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했다. 전력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 온세미는 차세대 비메모리 전력반도체를 위한 첨단연구소를 유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미국·일본 현지 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 수시로 국내외의 CEO들을 초청해 '투자유치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김 지사는 "국내 투자는 지금 한 해에 제조업 연간 투자가 120조 원 정도 이뤄지는데, 그 중 50조 원이 반도체"라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 (경기도)가 60조 원 정도는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기타 제조업에 연간 70조 원 정도 투자되는데 그 중 20조 원은 경기도에 유치할 수 있다. 내가 임기 내에 확실하게 100조 원 (투자 유치를) 하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선출직은 처음…'초보'인 셈이지만
낮은 자세 보이며 도의회 관계 풀어가
올해 예산에 '기회' 브랜드 반영된만큼
'기회의 경기' 체감성과가 핵심 과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9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를 위한 GTX플러스 국회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동연 지사는 스스로 밝힌대로 34년을 경제관료로 일했다. 내각에서는 경제부총리와 국무조정실장, 청와대에서도 경제금융비서관과 재정경제1비서관 등을 두루 역임해 경제 분야에서는 첫날부터 능숙하게 일을 잘해나갈 것으로 애초부터 예견됐다.


다만 선출직은 처음이기 때문에 정무·정치에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기도의회 선거에서는 156석의 의석이 78대78, 여야 동수로 나왔다. 그럼에도 지난 1년 간의 도정을 둘러보면 선출직으로서는 '초보'답지 않게 도의회와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첫 도정연설에서부터 '경기도 협치 모델'로 여야정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예산철인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의회 의장과 여야 대표의원을 초청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여야정협의체 공동협약서에 서명했다. 덕분에 12월에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큰 문제 없이 통과되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 지사가 도의회를 상대로 항상 낮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는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김 지사는 지난 3월 도정질의 기간에 "도정질의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질의 전날 보내주신 질의서를 보면서 밤늦게까지 간부들과 답변 준비를 했다"며 "도의원 156명은 도정의 동반자다. 항상 귀담아듣고 함께 답을 찾겠다"고 추어올렸다.


자신이 짠 예산안이 무사 통과된 만큼, 김동연 지사의 대표브랜드이자 슬로건인 '기회'의 구현이 향후 도정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사는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라는 도정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새해에 맞춰 "2023년은 기회수도 경기의 원년,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예산안에는 '5대 기회 패키지' 예산이 모두 포함됐다. 청년 도약을 지원하는 기회사다리에 1363억 원, 예술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미비한 예술인 등을 위한 기회소득에 547억 원,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기회안전망에 3800억 원, 혁신성장·미래산업 관련 기회발전소에 3205억 원, 기회터전 사업에는 1555억 원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기회사다리의 일환으로 청년들에게 해외 명문대에서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은 첫 150명 모집에 468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1대1에 달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철거민 출신으로 특성화고와 야간대를 나왔지만, 미시간대 유학을 거쳐 부총리와 도지사에까지 오른 김동연 지사 본인의 '제2·제3 경기청년 모델'들이 쏟아져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예술인 기회소득의 경우에는 당초 지난 4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복안이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조례안 상정이 무산됐다. 조례가 제정되면 사업공고와 지급 대상자의 소득 조사 등을 거쳐 오는 6월부터 기회소득 지급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사업 일정 자체가 지연되는 것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동연 도정이 지난 1년간 해낸 것이 적지 않다. 특히 투자유치 측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를 이끌고 있는 만큼, 자신의 대표브랜드인 '기회' 관련 사업 등 향후 본격적으로 동력을 붙여야할 것 또한 적지 않다. 한 것도 많지만 해야할 것도 많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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