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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은 ④] "남양주는 보수가 없어서, 요즘 무슨 말 하기가 무섭다"


입력 2025.01.28 08:00 수정 2025.01.28 08:00        데일리안 남양주(경기) =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별내·다산·진접, 남양주시 을·병 민심 르포

갑·을·병 모두 총선 민주당 싹쓸이하는 지역

"윤석열·이재명 모두 싫다" 분위기도 감지

24일 경기 남양주(을) 별내역 근처에 각 정당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이 동네는 보수가 없고, 주변에 전부 민주당만 많아요. 요즘 어디 가서 무슨 말 하기도 무서워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살아요." 24일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 남양주 별내역 근처에서 만난 A(49·여)씨는 계엄~탄핵 정국 민심을 묻는 말에 대뜸 하소연부터 시작했다.


A씨는 "남편과 나는 별내 신도시가 생길 무렵 2015년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아파트 사람들이건 학교 엄마들이건 대부분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 대통령 계엄령은 분명히 잘못했죠. 누가 대통령 잘못 안 했대요? 그런데 민주당이 계속 장관들 탄핵하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는 잘못도 크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다산역 근처 한 쇼핑몰에서 만난 다산 주민 B(38·남)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죠. 그런데 그렇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총리 탄핵 때부터는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20년의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 당선은 단 한번 뿐


현재 남양주는 최민희(갑)·김병주(을)·김용민(병)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인구 73만명의 이 거대도시는, 지난 20년간 17~22대 6번의 총선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갑·을·병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을 정도로 진보세가 대단한 지역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윤석열 대통령(20만3075표)이 이재명 후보(23만9179표)에게 패배한 곳이다.


남양주 선거구는 17대 총선(2004년)을 앞두고 갑·을로, 20대 총선(2016년)을 앞두고 현재의 갑·을·병으로 분구가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20대 총선에서 병이 신설된 뒤, 주광덕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보수당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선됐다. 이때 주 후보에게 진 사람이 바로 최민희 의원이다.


이는 순전히 주 후보 개인기 덕분인데, 그는 구리·남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전형적인 토박이로 18대 총선에서 이미 구리시에 당선된 초선의원이었다. 남양주 병은 인구수가 가장 많은 다산 신도시가 있는 지역으로, 구리시와 생활반경 또한 겹친다. 다만 주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김용민 의원에게 패했으며,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다시 최민희 의원을 꺾고 현재의 남양주시장으로 당선됐다.


25일 경기 남양주(을) 진접역 근처에 국민의힘과 민주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윤석열 계엄령으로 12월 별내 거리 텅 비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인만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민심은 사나웠다. 별내별가람역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C(45·남)씨는 "12월에 별내거리가 텅 빈 것을 아시냐. 내가 별내 자리 잡은 지 6년째인데, 이렇게 사람 자체가 없는 해는 처음"이라며 "연말은 음식장사를 하는 우리 자영업자들의 피크시즌인데, 윤석열 때문에 손님들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건 대체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성토했다.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손님 D(55·여)씨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어 "윤석열이가 한동훈이까지 잡아들이라고 한 것이 사실이냐"며 "나는 제일 궁금한 게, 같은 편인 한동훈이를 왜 체포하라고 한 것이냐 이거다. 말 안 듣는다고 이재명이랑 같이 체포하라고 한거야?"라고 물었다.


경춘선이 지나가는 진건읍 사능역 근처에서 만난 주민 E(43·남)씨는 "이재명 대표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민주당에서 이재명을 대체할 사람도 없지 않느냐. 지금 정답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4일 경기 남양주(병) 진건읍 한 아파트에 각 정당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이번에도 이재명 나오면 나는 투표 안해"


그러나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다'는 중도층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남양주시에서 10년째 개인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F(59·남)씨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계엄을 마지막으로 봤다. 지금이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뉴스에 나오는데도 믿지 못했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빨리 탄핵 결판이 나서 쫓겨나고 대통령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고 묻자 "기자님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바로 무당층이고 중도층"이라며 "나는 원래 노통(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중도에서 진보쪽으로 살짝 있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진접의 구시가지였던 진접농협 앞에서 만난 G씨(64·여)도 "나는 호남 출신으로 민주당을 계속 찍었는데,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했고 이번에도 이재명 대표가 나오면 안 찍는다"며 "민주당에 지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정치를 깨끗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계속 대통령을 하려고 하느냐. 민주당이 오만방자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진접 신도시 진접역 근처에서 만난 주민 H(51·여)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과 이재명이 붙었을 때부터 나라가 망조로 든 것"이라며 "그때 국민의힘에서 홍준표랑 이낙연이 나왔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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